「모든 위기는 위험과
더불어 사회를 개선할 기회도 품고 있다.」
현대 철학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는
세계적인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
우리 삶을 위한 보편적 가치를 고찰하다
새로운 실재론을 추구하며, 오늘날 가장 중요한 현대 철학자로 불리는 마르쿠스 가브리엘이 이번에는 『어두운 시대에도 도덕은 진보한다』를 통해 〈새로운 도덕적 실재론(도덕적 신실재론)〉에 관해 탐구한다. 그에 따르면, 도덕은 실재하며 사실에 근거하고, 또 과학 기술 발전은 윤리에 의해 인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진리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뿐만 아니라 강력한 학제 간 협력이 필수 불가결하다.
자유 민주주의의 위기부터, 만연한 인종 차별, 전 세계적 기후 재앙, 고삐 풀린 디지털화, 그리고 포퓰리즘의 확산까지, 우리 사회 전반에 다양한 문제가 퍼져 있다. 혼란이 가속되는 시대 속에서 가브리엘은 희망을 밝히고 전한다.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는 비가역적이고 보편적인 가치가 존재하며, 이를 우리 행동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모두가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우리는 도덕적 이유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마땅한지를 과거보다 더 많이 숙고해야만 눈앞에 닥친 커다란 난관들을 넘어설 수 있다. 보편적 가치가 위협받는 오늘, 이 책은 새로운 계몽을 위한 철학적 길라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새로운 도덕적 실재론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새로운 도덕적 실재론의 개요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도덕적 실재론은 객관적으로 존립하며 우리가 알아챌 수 있는 도덕적 가치가 존재한다는 관점이다. 그 주장의 세 기둥은 실재론, 인본주의, 보편주의다. 우리의 개인적, 집단적 견해로부터 독립적인 도덕적 사실들이 존재한다. 이 사실들은 객관적으로 존립한다.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이를 〈도덕적 실재론〉이라고 칭한다. 또 인본주의에 대해 이렇게 서술한다. 객관적으로 존립하는 도덕적 사실들은 본질적으로 우리에 의해 인식 가능하다. 즉, 정신 의존적이다. 그 사실들은 인간을 향해 있으며, 우리가 무엇을 해야 마땅한지, 해도 되는지, 혹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지를 알려 주는 도덕적 나침반이다. 한편 보편주의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객관적으로 존립하는 도덕적 사실들은 인간이 존재했고 존재하고 존재할 모든 시대에 유효하다. 그 사실들은 문화, 정치적 견해, 종교, 성별, 혈통, 외모, 나이로부터 독립적이며 따라서 보편적이다.
도덕적 사실은 모든 인간을 향한 보편적 요구를 통보하고 우리의 행동을 평가할 기준을 정의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널리 퍼져 있는 오해와 달리, 도덕적 사실은 정당화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다만 그 사실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인식을 필요로 할 뿐이다. 도덕적 가치 역시 마찬가지다. 도덕적 가치는 주관적이지 않다. 바꿔 말해, 도덕적 가치는 사람들이 내린 평가에 근거를 두고 실존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장소와 시간에서 모든 인간에게 유효하다. 물론 당연하게도, 도덕적 가치에 관하여 오류를 범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부터 도덕적 가치가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귀결되지는 않는다.
21세기의 도덕적 진보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
도덕적 진보란 우리가 무엇을 하거나 하지 말아야 마땅한지 더 잘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덕적 진보는 인식을 전제하며, 부분적으로 가려졌던 도덕적 사실을 우리가 들추어내는 것이 일반적인 도덕적 진보의 핵심이다. 우리가 속한 복잡한 상황은 체계적인 생각의 전환을 요구하지만 우리가 윤리적으로 옳은 판단을 내리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지 않는다. 윤리적 질문 앞에서 우리는 오류를 범할 수 있지만, 우리 인류는 수천 년에 걸쳐 꽤 많은 도덕적 앎을 축적했다. 왜냐하면 도덕적 사실은 결코 우리에게 완전히 은폐되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과학 만능주의와 경제주의가 사회를 주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세태를 맹렬히 비판하며 21세기의 새로운 계몽을 촉구한다. 그 계몽에 이르려면 자연 과학, 기술 과학, 정신과학, 사회 과학의 다양한 분과가 지닌 나름의 힘과 지식을 한 다발로 묶어 내고, 인간으로서 우리는 누구이며 누구이고자 하는가 하는 질문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 시대의 정치적 혼란이나 경제적 위기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인류가 도덕적 나침반을 상실한 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더는 알지 못하게 되는 것 말이다. 하지만 절망적인 비관주의에 빠질 필요가 없다. 인간은 여전히 도덕적 가치와 진보를 향해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브리엘은, 우리에게 도덕적 진보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확신시켜 준다. 도덕적 진보가 무엇인지, 그것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이를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빼어난 논증과 통찰을 통해, 우리는 어두운 시대에도 여전히 도덕적 진보를 추구하는 것이 인류의 중요한 과제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