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종 국제만화제 4개상 수상, 세계가 인정한 만화!
『아버지』는 다니구치 지로가 고향인 돗토리에서 실제로 경험한 돗토리 대화재를 소재의 하나로 채택한 작품이다. 돗토리 대화재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적인 설정을 통해 멀어지게 되는 아버지와 어머니.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주인공은 아버지의 말 한 마디 때문에 이혼의 책임이 아버지에게 있다고 믿게 된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아버지에 대해 대한 어렴풋한 반감이 교차되고, 사춘기와 청년기를 통해 아버지와 멀어지게 되는 과정이 섬세한 심리 묘사와 함께 잘 표현되고 있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에 확실한 동기를 부여하고 아버지의 임종이라는 상황에서 비로소 알게 된 진실. 이렇듯 인생이란 참으로 얄궂은 경우가 많다. 아버지의 임종 자체는 분명히 비극이지만 주인공이 아버지의 임종으로 인해 그간의 오해를 풀고 용서를 구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작은 해피엔딩인 것은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아름답고 섬세한 필치의 그림과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담은 그의 만화에는 독자로 하여금 만화의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공감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만큼 그의 만화는 독자와 공감대를 잘 형성하고 있고 그 소재가 우리가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섬세한 심리 묘사와 그가 지향하는 문학적인 색채 때문이지 몰라도 상과 인연이 많은 작가이기도 하다.
1990년 『해경주점』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번역출판 되어 해외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고 1992년 프랑스에 『걷는 사람』이 소개되면서 호평을 받았다. 그후 1995년 일본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된 『아버지』(원제:아버지의 달력)가 2001년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전 크리스트 협회상을 받았고 이듬해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아스토리어스, 마드리드 국제만화제에서 3개의 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다.
이후 국내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열네 살』로 2003년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시나리오상을 수상했고 2005년 앙굴렘에서는 『신들의 봉우리』가 최우수 작화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아버지』수상 경력
1994년 격주간지 빅코믹에서 연재시작
1995년 『아버지』단행본 출간
2001년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전 크리스트협회상 수상
200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국제코믹페어에서 독자가 선정한 최우수 만화상 수상
2002년 스페인 아스토리어스 공영만화국제전에서 악스튤 장편만화대상 수상
2002년 스페인 마드리드 국제코믹박람회에서 최우수 외국만화상 수상
● 『아버지』에 대한 감상
주인공들의 현란한 모험이나 액션, 사랑에 동참하길 강요하는 많은 만화와 비교해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는 객관적인 앵글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하는 게 전부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이야기’들이 ‘내 이야기’가 된다.
아버지가 되고 나서, 아버지의 죽음과 마주하고 나서, 겨우 아버지를 이해하는 주인공의 마음은 내 마음에 공명한다.
소설도, 영화도 도달할 수 없는 깊은 여운의 지점을 보여준 『아버지』를 이 땅의 모든 아버지와 또 아버지가 될 남성들에게 권한다.
- 박인하 (만화평론가, 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
만약 당신이 만화란 ‘웃기는 것’ 이며, ‘어린이들이나 보는 것’이고, 그래서 만화를 보지 않는다면 일단 『아버지』를 읽어보기 바란다. 다행히 당신이 만화를 좋아하더라도 , 만화는 한바탕 웃음거리이며, 그래서 현실과 동떨어진 볼거리로만 즐겨왔다면 역시 『아버지』를 읽어보기 바란다.
모든 만화가 과장된 그림들이 정신없이 이어지는 화면과, 그 위로 등장하는 뾰족뾰족한 모양의 말풍선 속에 담긴 황당한 대사들이 물리적으로 결합된 현란한 볼거리인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읽고 나면 휘발되어버리는 순간의 재미만이 아니라 오래오래 울림을 남기는 묵직한 감동을 주는 만화도 있다.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야말로 그 증거다. 그의 만화에서 ‘그림’과 ‘이야기’, 그리고 ‘독자’는 행복한 화학적 결합으로 하나가 된다.
- 구본준 (한겨레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