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 비밀을 품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해, 우리는 둘만의 비밀 도시를 만들었다.
분리되는 그림자, 바늘 없는 시계탑,
그리고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네가 나에게 그 도시를 알려주었다.
도시는 사방이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도시에는 시간이 없다. 시계에도 바늘이 없다.
도시에 들어가려면 내 그림자도 버려야 한다.
네가 일한다고 했던 도서관으로 간다.
그런데 너는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도서관에는 책 대신 사람들의 꿈이 놓여 있다.
나에게 주어진 일은 그 꿈들을 읽는 것이다.
꿈을 읽으려면 내 눈에 상처를 내야 한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나,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너.
이 비밀의 도시에서 이제 우리는 무엇이 되어가는 걸까……
나: 열일곱 살 남고생. 고교생 에세이 대회에서 ‘너’를 만나 호감을 품는다. 일생일대의 용기를 쥐어짜내 ‘너’에게 친구가 되자고 제안한다. ‘너’가 들려주는 미지의 도시 이야기에 빠져들어 그 도시의 모습을 기록하는 일에 몰두한다.
너: 열여섯 살 여고생. 매일 꾸는 꿈을 생생하게 기억해서 ‘꿈 일기’를 쓴다. ‘여기 있는 나는 가짜이고, 진짜 나는 벽으로 둘러싸인 그 도시에 산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그리고 어느 날, 자취를 감춘다.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사방이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도시로 들어가는 문은 오직 하나, 건장한 문지기가 지키고 있다. 도시에는 특별한 자격이 있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바늘이 없는 시계: 그 도시의 시계에는 바늘이 없다. 하지만 그곳에서 지내다보면 자연스럽게 시간을 감각하게 된다.
분리되는 그림자: 그 도시의 사람들에게는 그림자가 없다. 원래 그림자를 갖고 태어나지만 어릴 때 헤어져야 한다. 다른 도시의 사람이 그곳에 들어가려면 자신의 그림자를 버려야 한다.
꿈 도서관: 도시에는 도서관이 하나 있다. 그런데 도서관에는 책이 없다. 그 대신 수많은 사람들의 꿈이 마치 달걀과 비슷한 모양으로 줄지어 놓여 있다.
열일곱 살 남고생인 ‘나’, 열여섯 살 여고생인 ‘너’. 고교생 에세이 대회에서 만나 서로 좋아하게 된 그들은, 화창한 여름날 순수한 한쌍의 소년과 소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가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지금 여기 있는 나는 진짜 내가 아니야. 진짜 나는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그 도시에 살아.” 소년은 어리둥절하지만, 이내 소녀가 들려주는 도시 이야기에 빠져든다. 그 이야기를 따라 소년이 도시의 모습을 상세히 기록해가던 나날, 돌연 소녀가 사라진다. 우연한 사고인지, 무언가의 암시일지 종잡을 수 없어 괴로워하던 소년은 소녀가 남긴 단서를 따라 그 미지의 도시로 향한다. 단 하나의 분명한 현실과 사실을 갈구하는 일이 무의미한 그곳, 인간의 믿음이 끊임없이 시험당하는 그곳에서 과연 ‘나’는 어떤 진실을 발견할 수 있을까.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뜻깊은 ‘완성’ 그리고 ‘시작’
더불어 ‘하루키의 세계’로 안내하는 완벽한 입문작!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하나의 매듭이자 또다른 시작을 의미하는 작품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현실과 비현실을 다채롭게 넘나들며 하루키적 상상력을 만끽할 수 있는 이번 작품은 그의 신작을 기다려온 팬들에게는 ‘하루키 세계를 완성한 작품’으로, 이제 막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를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하루키 세계로 들어가는 완벽한 입문작’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