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빌라 아니고 독고빌라!
“다들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지 나한테 알려 주면 좋겠어.”
독고빌라에는 빌라 건물의 주인인 철이 가족, 1층 한마음 미용실 아줌마, 202호 끙끙 할머니, 301호 빼빼 할아버지, 302호 담배 아저씨가 살고 있습니다. 철이는 평소 위층에 사는 빼빼 할아버지가 무서워서 피해 다니고, 이름을 불러도 못 들은 척했지요. 그랬던 빼빼 할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자, 철이는 할아버지가 홀로 외롭게 지내셨을 301호의 빈집을 서성거리며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그러다 문득 철이는 독고빌라의 이웃들이 모두 혼자 사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떠올리고, 혹시나 생길지도 모를 일로부터 빌라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놀라운 결심을 합니다.
《오늘부터 다정하게 독고빌라》는 요즘 가장 심각한 사회적 문제 중 하나로 짚고 있는 고독사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밝고 건강하게 풀어낸 동화입니다. 청년 고독사, 노인 고독사 같은 1인 가구의 안타까운 고립과 죽음 뒤에 무섭게 깔린 그늘을 순수한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투명하게 보여 줍니다. 특히 철이와 호인이, 재윤이가 고민을 나누며 방법을 찾는 장면, 철이가 빌라 사람들에게 별일 없는지 계단을 오르내리며 매일매일 관찰하는 장면, 철이가 이웃들의 마음을 한데 모으기 위해 나서서 반상회를 제안하는 장면은 아이들의 착하고 순수한 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감동적인 장면입니다.
이웃을 생각하는 철이의 섬세하고 따뜻한 마음을 느끼며 이야기를 따라가 보세요. 이 책은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챙기고 생각하는 마음, 우리 가족을 돕는 방법, 가까운 이웃에 대한 관심의 중요성을 일깨워 줄 것입니다.
그림을 그린 현숙희 그림 작가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에 파스텔 톤의 맑고 포근한 색감으로 글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차분하면서도 화사한 그림을 감상하며, 제목처럼 다정하고 정다운 독고빌라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이웃 간의 관심과 소통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생각해요
책의 주요 배경이 되는 ‘독고빌라’는 이웃끼리 서로 돕고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철이 할아버지가 지으신 빌라입니다. 독고빌라는 철이 가족의 성에서 따온 이름이지요. 예전에는 한마을, 한동네 사람들이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며 챙겨 주었지만, 요즘은 대부분 공동 주택에 살면서 앞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철이가 사는 독고빌라의 이웃들 역시 겉으로 보기엔 차갑고 서로에게 무관심해 보이지요. 철이 부모님의 간곡한 부탁에도 반상회는 부담스럽고 시간 낭비라며 다들 반대하고, 1층 미용실 아줌마와 302호 담배 아저씨는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기 바빴으니까요. 철이도 어린 마음에 무서운 빼빼 할아버지가 이사 가는 소원을 빈 적도 있지만, 사실 독고빌라 사람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다들 정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답니다. 빌라 사람들 모두 연로하신 빼빼 할아버지와 끙끙 할머니, 가래 할아버지의 건강과 안전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미용실 아줌마가 담배 아저씨에게 건넨 생강차는 동네 전체를 은은하게 감싸 주었지요. 홀로 외롭게 돌아가신 빼빼 할아버지를 가엾게 여기는 철이의 마음은 새로 이사 오신 가래 할아버지를 지켜 주었고, 나아가 독고빌라 전체를 살리는 행동이 되어 주었습니다.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혼자가 주는 편안함과 방해받지 않고 살고 싶은 마음 또한 이해가 되지요. 《오늘부터 다정하게 독고빌라》는 혼자 살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지만, 이웃 간의 관심과 화합이 더해지면 가족처럼 내 편이 생겨서 힘이 나고, 따뜻한 관심과 도움을 주고받으면 곱절로 건강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철이의 눈을 통해 보여 줍니다. 또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더 잘 챙겨 드려야겠다는 마음도 갖게 해 주지요.
여러분은 지금 어디에 살고 있나요?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알고 있나요? 층과 층 사이, 벽과 벽 너머로 타인에게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여러분만의 작지만 멋진 방법을 찾아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