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길 벼랑의 다랑밭에서/ 씨를 뿌리고 김을” 매고, 블랙홀과 화이트홀이라는 상반된 두 공간을 이으며 ‘바깥’으로의 ‘웜홀’ 여행을 떠났던 이초우 시인은 문학적 ‘바깥’에서 ‘헤맴’을 통해 ‘낯섦’과 문학의 현실을 갈파한 바 있다. 시적 ‘신대륙’ 발견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 그는 유고 시집이 되어버린 세 번째 시집 「프로이트의 팽이」에서 인간의 의식을 상반된 무의식과 연결 지으며 ‘결여(缺如)’한 ‘나’를 찾아 ‘내면’으로 긴 여행을 떠나고 있다. “남극의 끝자락에서 인사동 쌍끝의 양화점을 지나 에스파냐의 세비야 언덕을 가로지르는 활달한 우주의 상상력”을 펼치며 유목적 상상력을 통해 독창적인 시적 세계를 창조해 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비가시(非可視)의 세계인 내면으로 여로를 떠난다.
“시인이란 존재는 인간에 의해 병든 나무를 돌봐주고 다시 살리는 수의사여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인은 무수한 ‘나’와 ‘하나’가 되어 완전한 ‘나’를 통해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른다. 시인에게는 “사유와 삶이 개별적 우주가 아니라 연통관(vasos comunicantes)”이기에 그는 최종적 동일성에 이르려는 것이다. 한 곳을 파고드는 팽이처럼, 고통과 공포를 반복함으로써 완화에 이르는 ‘포르트-다’처럼, 눅진 곳에 선 ‘나’를 내면에 열린 공간으로 초대하는 시인은 ‘나’의 잔존하는 고통과 욕망, 부재를 성숙하게 마주하고 위무하며 큰 ‘나’에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