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견의 시는 외부 대상을 향한 시선의 깊이를 통해 일상 속에 접혀 있던 낯선 순간을 풀어내며 그 안에서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촉발된 질문은 접혀 있던 일상이 펼쳐지듯 함께 개화하여 존재 일반을 향한 실존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시적 전개는 한편으로 선경후정의 전통적인 서정시의 양식과 닮아 있으면서도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시선의 전환을 매우 유려하게 해낸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이때 외부 대상은 나와 분리된 객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미처 언어화되지 못한 나의 사유와 감정이 담긴 보고처럼 느껴지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시의 구조 속에서 화자의 바깥을 향한 시선과 내면을 향한 시선은 서술에 따라 구분 가능하면서도, 엄밀한 의미에서는 구분이 가히 불가할 정도로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조금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나’의 내면을 향하는 시선이란 마치 뫼비우스의 띠가 어느 순간 뒤집혀지듯이 외부 대상을 향한 ‘나’의 시선의 자연스러운 배면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화자가 자연을 관찰하고 이에 대해 서술하며 자신의 내면을 발견해 가는, 자연주의적인 성격이 도드라지는 시편들에서도 마찬가지로 발견되는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