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어려워하는 물리학도, 사랑을 만나다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된 삼각관계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석사 졸업 논문을 몇 년째 붙잡고 있는 물리학도 나옹이는 사람과 얘기해 본 지 오래인 청년이다. 매일 출근하듯 들르는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하다가 사서 제니가 지나가듯 던진 말에 자극받아 그녀에게 반한다. 나옹이는 제니에게 편지로 마음을 전하기로 마음먹는다. 한편, 엄마의 가게를 도우며 공모전에 계속 도전하는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 고영희는 도서관에서 나옹이와 우연한 계기로 친해지게 된다. 계속된 실패로 인해 자신감을 잃은 상태인 영희에게 나옹이는 응원과 지지를 보내고, 영희는 그런 나옹을 점점 좋아하게 된다. 이들을 둘러싼 사랑의 행방은 어떻게 될까? 또, 그들의 방황은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인생에는 왕도가 없어서 공부도 일도 사랑도 늘 경로 수정을 반복한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 또 없다는 듯 어릴 적엔 수시로 꿈을 묻고 답하지만, 나이를 먹으며 서서히 입을 다문다.”
졸업 논문, 시나리오 공모전, 그리고 사랑. 어떠한 것이든 계속 도전하지만 지지부진하고, 좌절하고, 또 그러면서 세상에 마치 홀로 남은 것 같은 고독감에 휩싸이고 만다. 꿈을 이야기하는 것이 마치 세상물정 모르는 투정이라도 되는 양 취급되기도 한다. 작중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어떤 의미에서 이 세상을 헤쳐나가야 하는 우리들의 거울상이다. “어차피 무리잖아”, “여태까지 했어도 안 됐잖아”, “슬슬 현실을 볼 때 되지 않았어?”, “너 시간 낭비하고 있는 거야.” 작중 인물들의 이야기와 입을 빌려 저자는 말한다. 세찬 풍파에 휩쓸려 자신을 잃어가는, 그러면서도 각자의 삶을 살아나가는 사람들을 응원한다고. 한때 생각했던 길로 가지 못했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잘못된 길이 아니라 그저 다른 길에 접어들었을 뿐이라고.
'관측'되지 못한 사랑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소심한 고백』에서 그려지는 세계는 사뭇 낯설다. 털 뽑힌 닭들이 길거리를 걸어다니고,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이 태연하게 손을 맞잡는다. 무대는 작중 인물들의 현실과 내면을 쉴새 없이 오간다. 양자역학을 주제로 졸업 논문을 쓰는 나옹은 기본적인 양자역학과 과학 이야기를 빗대어 영희에게 위로를 전하지만, 정작 스스로는 타인의 진심을 '관측'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홀로 폭주하기도 한다. 혼란스러운 전개 속에서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유쾌한 그림과 골계 섞인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Q&A처럼 명백한 질답이 아니라 이러한 혼란스러운 방황 속에서, 오히려 그렇기에야말로 찾을 수 있는 새로운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가벼운 연애 소동극처럼 시작했던 이야기는 유연하고 유쾌한 그림 속에서 점차 삶의 비밀을 일깨우는 여정으로 나아간다. 길목에 자리한 불안을 어루만지며 『소심한 고백』은 넌지시 일러준다. 꿈을 향해 걷는 이들은 끝내 저만의 도착지를 찾아낸다고, 어쩌면 잠시 빠져든 샛길에서 새로운 꿈을 발견할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