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근의 묵언 - 김택근 지음
김택근의 묵언

저자 : 김택근

발행일 : 2024년 11월 21일 출간

분류 : 인문학 > 인문학일반 > 인문교양 KDC : 문학(810)

정가 : 19,800원

출판사
출판사연락처
출판사 주소
쪽수
328
ISBN
9788962626360
크기
145 * 210 * 15 mm

도서분류

인문학 > 인문학일반 > 인문교양

도서소개

“누구나 어느 순간 그의 묵언과 강렬하게 부딪힐 것이다.” 『김대중 자서전』과 『새벽: 김대중 평전』 쓴 김택근은 ‘문장의 고수’로도 불린다. 오랜 기자 활동으로 얻은 단단한 논리와 시적 정서는 수많은 독자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전해왔다. 중언부언 설명하지 않고 본질에 닿으나, 인간과 자연 앞에서 언제나 겸허한 저자의 글은 맑고 예리해 어지러운 마음을 정화한다. 김택근의 글은 시대를 뛰어넘는 통찰의 기록이기도 하다. 지난 글이 바로 지금의 현실을 관통한다. 수십 년간 그의 칼럼은 혐오로 얼룩진 정치를 꾸짖고, 국가적 참사에 희생된 이들을 호명했으며, 잃어버린 시절과 자연을 노래했다. 오늘날에도 유효할 뿐 아니라 몇 번이고 곱씹고 읽게 만든다. 그래서 소설가 정지아는 “김택근의 글은 잘 벼린 칼처럼 우리 마음에 새기게 한다”라며 찬사를 보냈으며, 시인 신대철은 “누구나 어느 순간 그의 묵언과 강렬하게 부딪힐 것”이라 단언했다. 《경향신문》에 연재한 동명의 칼럼 제목인 ‘묵언’의 뜻에 대해 저자는 “말로 지은 삿된 것, 헛된 것을 부수자는 의미”라며 “말이 극도로 오염된 시대에 묵언은 정화이자 성찰”이라고 말한다. 혐오의 말로 얼룩진 시대에서 벗어나 성찰의 눈을 갖고자 하는 이들에게 『김택근의 묵언』은 오래 두고 펼쳐볼 만한 책이다.

추천사

정지아 소설가 김택근의 글은 바람이다. 거짓과 불의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성난 태풍이고, 상처 입은 것들을 다독이는 다정한 봄바람이며, 곧 스러질 것들과 함께 우는 쓸쓸한 가을바람이다. 무엇보다 그의 글은 정직하다. 무소불위의 권력이라 해도 고달픈 노동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그리하여 사람이라면 먹고사는 일의 위대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김택근의 글은 잘 벼린 칼처럼 우리 마음에 새기게 한다. 참을 수 없이 가벼워진 세상에서 그의 깊고 진한 사랑은 한사코 낮은 것을, 겨우겨우 사는 것을 향한다. 김택근이 사랑해 마지않던 권정생이 그랬다. 겨우겨우 사는 것, 그게 제일이라고. 신대철 시인 김택근 시인의 『김택근의 묵언』은 삶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왔기 때문에 날카롭고 따뜻하고 명쾌하고 서늘하다. 나는 그의 글을 읽으면서 눈보라 속에 잎 피는 나무 옆에 황야에 분계선에 다시 서 있는 느낌을 받았다. 지상에서 한국인으로 꿈꾸면서 살아가려면 누구나 어느 순간 그의 묵언과 강렬하게 부딪힐 것이다. 고독하고 고통스럽겠지만 생생하게 이 땅에 다시 살기 시작할 것이다. 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 이 책은 필사 책이다. 한 번 읽고 말 책이 아니다.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으며 필사筆寫해야 할 책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김택근의 문장을 부럽게 훔쳐봤다. 읽고 또 읽었다. 베끼고 흉내 냈다. 이 책 역시 명문장으로 가득하다. 가슴에 쏙쏙 들어와 박히는 문장투성이다. 김택근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필사筆士다. 8년 동안 그의 책을 쓰고 다듬었다. 김 대통령의 글을 쓰고, 그의 가르침을 받아본 처지에서 그가 얼마나 글에 엄격한지 잘 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자서전 집필을 김택근에게 맡겼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김택근은 혼으로 쓰는 사람이다. 이 책에 담긴 어느 글 하나 대충 쓴 게 없다. 필사의 안간힘으로, 혼신을 다해 썼다. “혼자 산다는 것은 시간이 혼자에게만 쏟아짐이다”로 시작하는 〈지금 누가 홀로 울고 있다〉란 글은 “내가 누군가를 버림은 나 또한 누군가에게 버림을 받음이다”란 말로 맺는다. 읽는 내내 서슴없이 공감하고 감미롭게 전율했다. 김삼웅 평전작가·전 독립기념관장 밝음 사라지고 어둠 짙은 암울한 시대에 사적인 하루의 즐거움이라면 향내 진한 커피 한 잔, 논지 바르고 정연한 사설 한 편, 그리고 자신만의 독특한 문체로 문·사·철을 넘나드는 칼럼을 읽는 재미다. 법치가 망치로, 상식이 몰상식으로 통용되고 언론쓰레기·법비法匪·관구官狗·학기學妓·뉴라이트의 사적史賊 들이 칼춤을 추는 시대에 그래도 깨어 있는 식자들이 있기에 질식을 면한 것이 아닐까 싶다. 김택근 선생이 《경향신문》에 연재해 온 칼럼을 단행본으로 엮은 『김택근의 묵언』은 시대를 꿰는 예리한 시각, 명징한 논리, 강개한 정서, 산뜻한 수사로 잘 짜인 한 필의 비단과 같은 책이다. 부드러운 문장에도 서릿발이 담기고 다양한 소재라도 아귀가 맞는다. 이런 글은 어휘의 선택과 배열, 언어에 대한 분별력이 있음으로써 가능하다. 저자가 오랫동안 문학에서 마음을 도야하고 언론에서 정론을 실천하고, 철학에서 사고력을 키웠기에 가능할 것이다. 형이하학적 속물들이 설치고, 헛된 말과 삿된 글이 범람하는 오늘에 『김택근의 묵언』은 알곡과 쭉정이를 비교하는 역할까지 하게 되었다. 감정을 절제하면서 거짓을 베고, 진실을 찾으며, 묻혀가는 참 인물들을 조명하는 등의 필력은 우리 국문학사의 남명 조식, 연암 박지원, 청장관 이덕무, 창강 김택영, 가람 이병기로 이어지는 산문정신의 맥락을 승계한다. 심장이 뜨겁고 영혼이 맑은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지극히 글맛이 나는 『김택근의 묵언』을 곁에 두고 한 편 한 편 읽으면 세사를 보는 눈이 밝아지고 메마른 서정에 갈증을 풀어주는 맑은 샘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잔잔한 울림이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세상을 속이고 이름을 훔치는 기세도명欺世盜名의 세태에서 김택근 선생의 개성을 살리고 창의적인 글쓰기를 계속하길 기원한다. ‘추수문장불염진秋水文章不染塵’ - 가을 물 같은 문장은 티끌에 물들지 않는다.

상세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김택근 1983년 박두진 시인 추천으로 잡지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응축된 문장과 감정선을 파고드는 문체가 특색이다. 동국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경향신문에서 종합편집장, 문화부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파격과 정곡을 찌르는 신문 편집자로, 예리하면서 따뜻한 시선을 담은 칼럼 필자로서 시대를 말해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직접 요청해 『김대중 자서전』을 썼고, 『성철 평전』 『용성 평전』도 집필했다. 도법 스님과 함께 걸은 국토순례 기록인 『사람의 길 - 생명평화 순례기』처럼 평화와 생태의 중요함을 강조한 글을 다수 썼다. 『몽실언니』로 유명한 은둔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을 처음 인터뷰했고, 그 인연으로 『강아지똥별 - 별이 된 사람 권정생』이라는 동화책을 내기도 했다. 그 밖에 동화책 『벌거벗은 수박도둑』, 에세이집 『뿔난 그리움』 등이 있다. 정읍시 신태인읍 출신이다. 누렁이(큰글자책) 옥수수죽(큰글자책) 수박 도둑(큰글자책) 꽃니(큰글자책) 수학여행(큰글자책) 천재들의 스승, 석전 박한영 용성 평전(양장본 Hardcover) 성철 평전(양장본 Hardcover) 새벽: 김대중 평전 사람의 길(Paperback)

목차

추천사 ㆍ005 프롤로그 - 물기 어린 시대를 건너며 ㆍ010 1부 - 네 죽음을 기억하라 사람 김민기 ㆍ026 어른 김장하가 있어 우리가 되었다 ㆍ030 논을 팔다 ㆍ034 ‘워낭 소리’ 끊긴 곳에서 우리는 ㆍ038 퇴출 간이역 ㆍ042 큰 어린이, 권정생 ㆍ044 미나리와 애틀랜타 누님 ㆍ047 고향 그리고 느티나무 ㆍ051 ‘효’가 무엇인지 묻지 않는다 ㆍ054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가리키는 곳 ㆍ058 역사박물관 앞 플라타너스 ㆍ062 돌며 흘러야 붙박이별이다 ㆍ066 박수근의 그림 ㆍ069 억울한 죽음의 어머니 ㆍ072 간도에는 지금도 죽은 자들이 살고 있다 ㆍ076 푸른 눈의 증언 ㆍ080 좋은 정치인은 갑자기 솟아날 수 없다 ㆍ083 네 죽음을 기억하라 ㆍ087 비평의 횡포 ㆍ091 정 ㆍ094 2부 - 이름도 병이 든다 먹방이 슬프다 ㆍ100 지금 누가 홀로 울고 있다 ㆍ104 그대 명당을 찾는가 ㆍ107 이름도 병이 든다 ㆍ111 신태인 100년 ㆍ115 김치를 위하여 ㆍ119 봄날 살처분 ㆍ123 무당과 함께 사라질 것인가 ㆍ125 부처님을 팔지 마라 ㆍ129 폭력과 정의로운 복수 ㆍ133 손의 자비 ㆍ137 무명씨, 내 땅의 말로는 부를 수 없는 그대 ㆍ140 봄비 ㆍ144 부처의 미소 ㆍ147 3부 - 말이 모든 것을 말한다 전라도 놈 김 과장 ㆍ152 지식의 편싸움 ㆍ156 남과 북은 다시 ‘괴뢰’가 될 것인가 ㆍ160 하늘엔 제비, 땅에는 제비꽃 ㆍ164 기후 악당들 ㆍ167 새만금 갯벌의 저주 ㆍ171 빛의 습격 ㆍ175 하루살이의 특별한 하루 ㆍ178 도시의 술꾼들 ㆍ182 걷는다는 것 ㆍ184 도둑맞은 가난 ㆍ186 더는 악업을 짓지 말라 ㆍ190 당신의 지식은 건강한가 ㆍ194 말이 모든 것을 말한다 ㆍ198 풀뿌리민주주의 뿌리가 썩고 있다 ㆍ202 민주화 역사의 기생충이 될 것인가 ㆍ206 백기완 선생께서 묻고 있다 ㆍ210 문명의 충돌 ㆍ214 가을과 겨울 사이 ㆍ216 4부 - 그러므로 나는 당신입니다 봄날은 간다 ㆍ220 하나의 달이 천 강에 ㆍ224 달동네에서 달을 본 적 있는가 ㆍ228 무덤을 박차고 나온 사람들 ㆍ232 중도주의, 정하룡의 마지막 당부 ㆍ236 당신들이 바다를 아는가 ㆍ240 서해 끝에 격렬비열도가 있다 ㆍ244 지구 멸망이 아니다 ㆍ248 석유동물 시대의 종말 ㆍ252 소나무야 소나무야 ㆍ256 박경리의 ‘생명’ ㆍ259 나무에는 영혼이 있다 ㆍ261 교회 문을 열어라 ㆍ265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 ㆍ269 지휘자 김성진의 ‘경계 허물기’ ㆍ273 선승의 통곡 ‘시간의 사슬 끊기’ ㆍ277 그러므로 나는 당신입니다 ㆍ281 빈자일등 ㆍ285 검은 옷을 입은 백의민족 ㆍ287 5부 - 김대중의 마지막 눈물 김대중을 ‘3김’으로 묶지 말라 ㆍ292 김대중 그리고 임동원 ㆍ295 성공한 대통령이 있었다 ㆍ299 국민의정부 정권 재창출 ㆍ303 김대중의 마지막 눈물 ㆍ307 김대중 100년 ㆍ311 에필로그 - 김택근을 만나다 “취재가 깊어야 형용사를 자를 수 있어” ㆍ316

서평

“잘 벼린 칼처럼 우리 마음에 새기게 한다.” 대통령의 필사 김택근, 통찰의 문장들 뉴스를 틀면 연일 어지러운 세태에 현기증이 난다. 진영 논리로 무장한 권력자들의 선동과 날조 그리고 폭력이 난무한다. 어느덧 우리 주변을 둘러싼 뉴미디어는 소통의 자유를 가져다주는 듯했으나 오히려 가치 편향에 일조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소란한 시대를 지나고 있는 우리에게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더 이상 말이 아닌 반성과 성찰이다. 『김택근의 묵언』의 저자 김택근은 시인이다. 1984년 잡지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해 《경향신문》에서 30여 년간 편집기자로 일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6년간 김대중 자서전을 집필하기도 했다. 기자로 활동하며 김택근이 얻은 별명은 ‘문장의 고수’, ‘늙지 않는 시인’이다. 객관과 논리로 치밀한 문장을 써내면서도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인의 시선을 놓지 않기 때문이다. 시대적 성찰과 시적 성찰을 바탕으로 한 김택근의 글은 그래서 단단하면서도 서정적이다 이 책은 저자가 《경향신문》, 《주간경향》, 《월간불광》 등에 연재한 칼럼을 다듬어 엮은 책이다. 수십 년간 그가 쓴 칼럼은 혐오로 얼룩진 정치를 꾸짖고, 국가적 참사에 희생된 이들을 호명했으며, 잃어버린 시절과 자연을 노래했다. 기자의 눈으로는 논리의 전장을 봤지만 시인의 마음으로는 시대의 아픔을 다뤘다. 중언부언 설명하지 않고 본질에 닿으나, 인간과 자연 앞에서 언제나 겸허한 저자의 글은 맑고 예리해 어지러운 마음을 정화한다. 김택근의 글을 만난 이들이 하나같이 산문의 교범으로 꼽는 이유다. 소설가 정지아는 『묵언』에 대해 “김택근의 글은 잘 벼린 칼처럼 우리 마음에 새기게 한다. 참을 수 없이 가벼워진 세상에서 그의 깊고 진한 사랑은 한사코 낮은 것을, 겨우겨우 사는 것을 향한다”라고 했으며,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 강원국은 “오래전부터 김택근의 문장을 부럽게 훔쳐봤다. 읽고 또 읽었다. 베끼고 흉내 냈다”라고 고백했다. 삿되고 헛된 것을 부수는 진정한 ‘말의 힘’ 난무하는 폭력에 전하는 ‘묵언’ 《경향신문》에 연재한 동명의 칼럼 제목에서 가져온 ‘묵언’의 사전적 뜻은 ‘말을 하지 않음’이다. 글을 쓴다는 건 무언가를 말함인데, 말하지 않는다는 뜻의 묵언을 제목으로 삼은 것은 의아하다. 책 말미의 인터뷰에서 저자는 묵언의 의미에 대해 “말로 지은 삿된 것, 헛된 것을 부수자는 의미”라며 “말이 극도로 오염된 시대에 묵언은 정화이자 성찰”이라고 밝힌다. 책에서 ‘삿된 것’의 대표적인 키워드는 ‘폭력’이다. 저자는 우리 역사 속에 오랜 시간 내재한 광범한 폭력의 줄기와 시대적 현상을 짚어낸다. 폭력은 학창 시절 “손바닥으로 얼굴만 가격하는 교사”와 같이 언뜻 사소해 보이는 일상에서도 발견되며(2부 「폭력과 정의로운 복수」), 노동자들이 “맞아서, 떨어져서, 끼여서, 치여서” 죽는 수많은 하청업체에서도 발견된다(1부 「억울한 죽음의 어머니」). “교회에 불을 지르고 마을을 불태웠던” 제암리 학살과 같은 국가적 폭력도 있다(1부 「푸른 눈의 증언」). 더 나아가 저자의 시선은 지구를 함께 공유하는 동식물과 환경에 닿는다. 산과 들 그리고 수많은 생명체의 안식처를 허무는 생태계 훼손은 분명 인간의 폭력에 의한 것이다. 저자는 우리를 둘러싼 폭력의 혐의를 몇몇 정적에 두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고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고자 한다. 폭력의 역사와 문화 속에 살아가고 있는 모든 개인, 집단, 사회 그리고 인간에게는 함께 극복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폭력의 상처 역시 함께 나눠야 한다. “피해자의 고통을 보고 모두가 아파할 때 비로소 폭력을 추방할 수 있다.” 폭력의 원인과 대상을 정확히 지목하되 보듬는 책임을 방기하지 않는 것, “오염된 말과” “삿된 것”을 물리는 『묵언』이 향하는 지점이자, 우리 마음에 울림을 주는 연원이다. 달동네에서 달을 본 적 있는가 상실의 시대에 던지는 위로 『묵언』 총 5부로 구성됐다. 1부 「네 죽음을 기억하라」, 2부 「이름도 병이 든다」에서는 점점 사라져 가는 소중한 우리의 지난 가치들과 현실의 세태를 주로 다루며 3부 「말이 모든 것을 말한다」와 4부 「그러므로 나는 당신입니다」에서는 우리 정치에 깃든 삿됨을 말하고 평화와 생태에 주목한다. 5부 「김대중의 마지막 눈물」은 저자가 인연을 맺은 정치인 김대중과 관련된 글을 추려 실은 것이다. 저자 김택근은 정읍 신태인 출신으로 이촌향도와 도시화를 온몸으로 체험한 세대이다. 그래서 책 곳곳에는 점차 잊히고 사라지는 잃어버린 풍경과 덕목에 대한 그리움이 깊이 배어 있다. 미국에서 터를 잡기 위해 떠난 누이와 매형을 대신해 일곱 살이 될 때까지 손녀를 키운 어머니의 일화와(1부 「미나리와 애틀랜타 누님」), 그 시절 “지아비요, 자식”이자 “마지막 자존심”이었던 아버지의 논을 팔던 순간을 다룬 이야기(1부 「논을 팔다」)는 읽는 이를 속절없이 향수에 젖게 만든다. 저자가 젊은 날을 보낸 달동네 ‘백사마을’ 이야기 역시 쉬이 지나칠 수 없다. “널빤지로 가난을 가렸지만 이내 모두 드러났”던, “과거 자랑을 하면 현실이 더욱 초라해졌”던 달동네 공동체의 이야기(4부 「달동네에서 달을 본 적 있는가」)는 고향을 떠나 “수도꼭지 한번 빨아보자며 서울로 진격”한 그 시절 모든 이들의 이야기로 확장되며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개인사적 이야기만 불러내는 것은 아니다. 시대의 진정한 어른에 대한 이야기도 담았다. 가수 김민기, 김장하, 백기완, 권정생, 성철 스님 등 “세상을 편가르”기 하지 않고 “남을 위해 살”았던 이들을 추억하고 추모한다. 잃어버린 가치들과 잃어버린 사람들을 기억하고 되살리는 『묵언』은 그래서 지나온 시절의 만가(挽歌)가 된다. 그리고 그 노래는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토닥여 준다. 삿된 것들의 난무 속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 즉 무명씨에게 건네는 글에는 낫낫한 진심이 담겼다. 저자는 “우리는 자신에게 위로받을 수 없고 자신을 쓰다듬어 줄 수 없다”, “함께 있어서 내일이 있다”라고 말하며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보통의 사람들에게 사랑과 위로를 건넨다. 잃어버린 시절을 종종 떠올리는 이들이라면 그리고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면 『묵언』이 조용히 내미는 손길을 맞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시 그를 부른다 김대중의 마지막 눈물 김택근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이 각별하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6년간 『김대중 자서전』을, 2년간 『새벽: 김대중 평전』을 썼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8년간 ‘김대중 글 감옥’에 갇혀”있었다. 5부 「김대중의 마지막 눈물」에 실린 여섯 편의 글은 단순히 김대중을 회상하는 것이 아닌 시의에 의해 쓴 글들이다. 위태로운 민주주의 앞에 서서(「김대중의 마지막 눈물」), 6ㆍ15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그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김대중 그리고 임동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권 재창출의 요건을 살피기 위해(「국민의정부 정권 재창출」) 그를 불러냈다. 우리 정치와 사회가 또다시 그의 이름을 필요로 하진 않는지 김택근의 글을 통해 되새겨 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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