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일본그림책상 수상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된 아이를 다리 위에서 구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유모토 가즈미, 사카이 고마코 작가 콤비의 ‘생명 이야기’ 『곰과 작은 새』로부터 14년이 지나 그 연장선에 있는 『살아있다는 것』이 나왔습니다.
유모토 가즈미 작가는 전작에서 어둡고 꽉 막힌 방에 혼자 틀어박혀 있던 곰이 어느 날씨 좋은 날에 어떻게 다시 밖으로 나갈 수 있었는지, 그 지점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더욱이 이 책은 사카이 고마코 특유의 깊이 있는 그림으로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세계, 그 연결 고리를 부드럽고 단순하게 표현해 독자의 마음을 단단하고 힘 있게 감싸 줍니다.
때로는 아주 짧은 만남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기도 합니다. 다리 위에서 강으로 뛰어내릴까, 고민하던 ‘나’는 갑자기 나타난 낯선 아저씨에게 ‘자신 속 호수’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훗날, 세월이 지나 모든 것이 달라졌을 때 오래전 그 이상야릇한 만남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나’는 새삼 살아있다는 것의 아름다움에 대해 깨닫게 되지요.
어른은 안고 있는 문제도 상황도 다양해서 일괄적으로 극단적 상황을 멈추게 하기 어렵지만, 아이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일은 멈추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물론 한 권의 그림책이 유일하고 결정적인 처방전이 될 수는 없지만, ‘나는 이러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살아 냈고, 지금 이렇게 살아있다, 지금까지 살아왔다, 정도는 말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이 책을 태어나게 했다고 합니다.
누구에게나 어둠이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막막한 심정에 홀로 다리 위에서 강물을 내려다볼 때, 이 그림책이 전하려 했던 것을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자신에게 그리고 예전의 자신에게도, 나아가 전 세계 아이들의 마음속에 이 호수의 존재가 전해지길 바랍니다.
─ 줄거리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다리 위에서 강물을 내려가 보고 있는 ‘나’에게 느닷없이 나타난 눈꽃 무늬 스웨터 아저씨. 몇십 년 동안 갈아입지 않은 것 같은 낡은 스웨터를 입은 그 아저씨가 내게 묻는다.
“강을 좋아하니?”
“딱히… 뭐, 그냥 보고 있었어요.”
하지만 사실은 지금 여기서 강으로 뛰어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게 손으로 지그시 귀를 막아 보렴.”
그러면서 아저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너만의 호수가 보인다고, 그 호수의 물은 어두운 땅 밑 수로를 따라 너에게 온다고, 그리고 그 물이 네 몸을 둘러쌀 거라고.
그 잠깐의 시간 속에서 알 듯 모를 듯 이상야릇한 몇 마디 말을 남긴 채 아저씨는 사라지고 아이는 집으로 돌아온다.
“어서 와. 잘 다녀왔니?”
이 뒤 문장은 ‘엄마 목소리를 들었을 때 누군가와 눈이 마주친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로 이어지는데, 엄마의 그 목소리와 눈꽃 무늬 아저씨는 동일 선상에 있는 건 아닐까. 엄마는 언제 어디서나 우리 곁에 있으니까. 눈꽃 무늬 아저씨로 혹은 그 어떤 것으로도 엄마는 아이 주변에 있으니까.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유명한 유대 속담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북트레일러
https://youtu.be/vGqOS6yB5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