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2명 중 1명 “나는 자존감 낮다”
나와 친해지는 연습을 해야 하는 이유
2024년 전국 성인 남녀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존감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성인 2명 중 1명 이상은 현재 스스로의 자존감에 대해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응답자의 92.7%가 한국 사회에서 높은 자존감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높은 자존감이 꼭 필요한 ‘생존 방식’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자존감은 그 의미가 모호하고, 향상시키기 어려운 막연한 덕목으로 인식되고 있다. 많은 자존감 관련 서적이 불티나게 팔려도, 사람들은 여전히 인간관계, 꿈, 사랑 앞에서 “도대체 나를 사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묻는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수많은 환자와 마주한 진료실에서 같은 질문을 받았고, 한 가지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나를 사랑하세요”라는 추상적인 말보다 “나와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보세요”라는 구체적인 제안이 사람들의 마음을 더 크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친한 친구를 대하듯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고 공감하며 믿어주어야 한다고 전하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의 작은 변화와 성장을 지켜보며, 저자는 ‘자기 친화력’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발견했다.
이 책에는 그 바탕이 되는 자기 가치감, 자기 공감 능력, 자기 신뢰라는 세 가지 마음근육을 과학적으로 정리했으며,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솔루션을 정성스레 담아냈다.
"도대체 나를 사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자기 친화력을 만드는 3가지 마음근육
저자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뜬구름 잡는 조언을 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자기 가치감, 자기 공감 능력, 자기 신뢰라는 세 가지 마음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명쾌하게 말한다. 자기 가치감은 내가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단단한 마음, 자기 공감 능력은 나의 감정에 귀 기울이는 능력이다. 마지막으로 자기 신뢰는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답을 찾을 수 있다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뜻한다. 또한 각각의 마음근육을 키우는 방법을 25가지로 제시한다. 자기 용서 선언문 작성, 행동 일기 쓰기, 감사 저축, 감정에 이름표 붙이기 등 일상에서 따라 하기 간편한 방법부터 의학적 치료법인 마음챙김, 운동 등 지속적으로 실천할 시 효과가 널린 인정된 방법까지 다양하다.
이 책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다양한 실제 인물들이 자기와의 친밀감을 높여 어떻게 인생의 반전을 끌어냈는지 소개한다. 어머니의 과도한 요구로 죄책감을 느끼는 워킹맘 은영 씨, 아내의 외도로 이혼 후 자신을 비난하는 지혁 씨, 외국계 기업에서 초고속 승진했지만 번아웃이 온 형준 씨, 상사와의 갈등으로 이직까지 한 유정 씨, 사소한 일에도 깊은 생각에 빠지며 곱씹는 현성 씨, 감사 일기를 써봤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 혜진 씨 등 저자가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들의 생생한 사례들을 재구성해 한데 모았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인간 심리와 뇌과학의 경계를 탐구하며, 해법으로 마음챙김을 연구해온 저자의 통찰이 돋보인다. 불편한 인간관계와 연애를 반복하는 이유로 사회심리학에서 사용하는 동질성의 법칙을 근거로 들어 경각심을 일깨우고, 분노조절장애나 폭식증 등 고치고 싶은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수치심과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연구한 실험 사례를 언급하며 그 차이를 역설한다. 그뿐 아니라 프로이트에 의해 널리 알려진 정신 결정론의 한계를 짚기도 한다. 인간의 뇌는 초안이 완성되는 데에만 30년이 소요된다는 뇌과학 연구를 근거로 더 이상 자신의 정신적인 문제의 해결책을 과거에서 찾지 말자는 제언이다.
인생의 역경 앞에서 더욱 커지는 자기 친화력
또 다른 생존 방식이자 성공의 근간이 될 것
자기와의 관계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당신이 수십 년간 자신과 나쁜 관계로 지내왔다고 해도 충분히 회복이 가능하다. 게다가 인생의 역경을 극복하는 것은 단순히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의 화해를 이루어내는 일이다. 결국 나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는 과정인 것이다.
심리학자이자 명상가인 타라 브랙은 “첫 번째 화살은 피할 수 없지만 두 번째 화살은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모라는 상처의 보편성을 이해하고, 부정적인 기억을 강렬하게 저장하는 뇌의 부정성 편향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과거의 상처에서 가볍게 해방되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비단 나와 친해져야 하는 이유는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이는 생존 방식의 또 다른 이름이며, 성공의 근간이다. 현대 자기계발 분야의 뿌리가 되는 나폴레온 힐도 “자신과 친구가 되어라, 그러면 삶의 모든 순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와 함께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잊지 말라. 당신은 당신에게 가장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으며, 가장 따뜻한 보호자가 될 수 있다. 동시에 유능한 치료자도 될 수 있다. 삶이 고단하고 풍파가 몰아쳐 힘겨울 때 함께 헤쳐 나갈 우군이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우군을 찾는 여정에서 든든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