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관통하는 크고 작은 전쟁들이 있다.
의와 불의가 맞서고, 진실과 거짓이 부딪치며, 삶과 죽음이 분쟁(分爭) 한다.
전쟁의 한 가운데서 우리는 비로소 혹독한 겨울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며, 비통한 애곡만이 그 희망 없는 겨울의 싸늘한 공기를 적신다.
이 다음에 피어 날 봄의 세계를 가늠할 수 없고, 마치 계절의 순환이 사라진 듯 그 혹독함이 영원의 무게로 이 세계를 짓누를 때, 잿빛 하늘과 피의 강물이 온 지면을 덮기 시작한다.
그 비참한 지면 위에서 더러는 생명이 끊어져 강물의 일부가 되고, 더러는 잿빛 하늘을 닮아 생명의 빛을 잃어 가며, 또한 그 중의 더러는 이후에 펼쳐질 봄의 세계를 간절히 희망하고 염원하다가 비로소 그 기적에 이르게 된다.
그들의 희망은 이 넓은 세상에 비추었을 때 그저 작은 먼지와 같은 것이며, 그들의 염원은 잔인한 바람에 휘날리는 위태한 꽃잎에 불과할 따름이다.
그럼에도 그 꽃잎은 혹독한 겨울 아래서 부지런히 생동하며 끝내 제 가슴에 그리던 화사한 봄에 이르게 되니, 필히 계절은 순환한다는 진리를 증명하고야 마는 것이다.
영원할 듯 얼어붙었던 겨울의 세상이 봄볕 아래 서서히 녹아내리고, 그 싸늘한 절망 속에서 위태하게 피어오르던 작은 희망들이 결실에 이르게 될 때,
비로소 우리는 길고 지난했던 전쟁의 끝에서 한 없는 기쁨을 주체할 수가 없게 된다.
저마다의 작은 운명이 화합하여 하나의 큰 뜻을 이루고 저마다의 삶과 죽음이 뒤섞여 잿더미로 뒤덮인 진토를 영원한 봄으로 일구어 가니,
그 노래들이 한 데 모여 ""겨울 아래 꽃이 있노라""는 찬란한 희망을 고백하기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