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탐조는 처음이지?
약간 어색하지만 낯설지는 않은 ‘새’, ‘봄’。
독서, 음식, 식물 등과는 달리 ‘탐조’라는 주제를 가진 책에는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어떤 이는 새의 동그란 눈이 무서울 테고, 어떤 이는 새가 푸다닥 날갯짓하는 모습에 놀랄 테고, 또 어떤 이는 거리를 돌아다니는 새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새’와 ‘우리’의 거리는 제법 멀다. 그래서 더 ‘탐조’가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리라. 하지만 탐조는 생각보다 어렵거나 무섭거나 낯선 활동이 아니다. 처음부터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옷을 단단히 챙겨입고, 사람이 없는 오지로 가야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또한 오해다(물론 본격적으로 탐조를 하는 이들은 단단히 무장하고 어디든지 달려가겠지만).
탐조의 시작은 집 근처에 흐르는 작은 하천이어도 괜찮다. 저자 또한 집 근처에서 탐조를 하곤 한다. 그는 집 근처에 흐르는, 길이가 대략 8km 정도 되는 작은 하천에서 은밀한 폴더명으로 곧잘 쓰이는 ‘직박구리’를 만난다. 짙은 회색에 가까운 깃털 색, 연지 곤지 같은 두 뺨의 붉은 털, 똘망똘망한 눈, 귀여운 생김새와는 달리 꽤나 우렁찬 빼애애액- 울음소리. 그렇게 집 근처에서 만난 새 한 마리가 그에게로 날아가 ‘직박구리’가 되었다. 탐조를 할 때 처음부터 좋은 카메라고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 어떤 이는 사진 대신 그림을 그리겠고, 또 어떤 이는 새를 만난 순간을 눈으로 관찰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새를 단순히 피사체로 여기지 않고 살아 숨 쉬는 생명체로 여기고 존중하는 마음이다. 그런 마음으로 탐조를 하는 저자의 다정하고도 따스한 시선은 새에 문외한인 이들도 자연스럽게 새의 세계로 불러들인다. 그 부름을 따라 시간이 날 때, 산책을 할 때 새를 한번 살펴보는 건 어떨까. ‘새’, ‘봄’은 약간 어색할 수 있지만 낯설지는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의외로 탐조인의 길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을지도.
빌 공(空)이 되기 전에 함께 공(共)을 찾을 수 있기를
공존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최애든 연인이든 가족이든 사랑을 하면 상대를 위해 무언가를 좀 더 해주고 싶고, 상대가 좀 더 평안하도록 지켜주고 싶어지는 법이다. 온 신경을 쏟게 되고 마음이 간다. 책에 나오는 새를 향한 저자의 모습도 그렇다. 원래도 N사와 D사의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고 환경보호단체 정기후원을 이어오고는 있었지만, 새에 덕통사고를 당한 뒤로는 점점 더 확실한 행동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눈에 띈 새의 서식지가 어디인지, 먹이는 무엇인지, 번식기는 언제인지 알아보는 것에서 생태계와 지구환경으로, 알아감의 반경도 넓어져간다. 그러다 보니 환경오염과 기후 위기에 대한 걱정이 차오르고, 자연스레 예쁜 옷보다 재활용 섬유에 눈길이 가며, 배출하는 쓰레기양도 신경이 쓰인다.
저자는 탐조를 하지 않았다면 새와 자연과 생태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탐조가 그로 하여금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가도록, 오직 인간만이 향유하는 삶이 아닌 모든 것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도록 만들어주었던 것이다. 덕통사고를 당해서 새를 사랑하게 된 지 3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이 오기까지. 사계가 지나고 또 다가오는 과정 속에 담긴, 그의 새에 대한 애정을 가만히 눈으로 좇고 마음으로 느끼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또한 공존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