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처음을 위하여
‘사회 초년생’이란 말이 있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의 문을 뚫고 무사히, 다행히 안착했다는 축하의 말이고 설레는 말이다. 하지만 그 축하의 시간을 즐길 틈도 없이 다시 달려야 한다. 새로운 경쟁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고, 그 시간을 지나왔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사회구조에서는 초년생을 응원하고 지지할 여유가 없다.
저자도 스물여섯 살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서 편집자의 길에 들어섰지만 직장 상사에게 다른 일을 찾아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버텼고, 더 열심히 일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고, 배우고 싶어서. 원고와 씨름하면서 야근하고 주말에도 일하면서 1년, 2년 시간을 쌓아 갔고 그 시간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고 그의 경력이 되고 능력이 되었다. 지금 출발선에 있는 사람들에게 버텨 보자고, “무슨 일이든 자리 잡기 위해서는 초반에 많은 고통이 따름”을 조심스레 이야기한다.
사랑하고 후회하며, 기뻐하고 좌절하며
열심히 달리는 순간이 소중하지만 달리기만 한다면 우리가 버틸 수 있을까? 순댓국과 소주 한잔으로 지친 하루를 달래기도 하고, 동네 목욕탕 한증막에서 때를 벗기며 ‘뭣이 중헌디’ 깨닫기도 하며 쌓인 감정을 털어 낸다. 직장인이 누릴 수 있는 한낮의 달콤한 여유, 반차를 내고 맛있는 브런치와 함께 책을 읽는 소박한 일상. 저자가 읽고 만든 수많은 책 중에서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책 이야기도 두 번째 장 ‘우리 모두의 외투를 위하여’에서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읽고 쓰며 그렇게 일상에서 재미를 찾고 살아갈 힘을 얻는다. 물론 사랑도 빠질 수 없다. 풋풋한 첫사랑도, 뜨겁게 사랑하다 좌절한 사랑도 알뜰하게 살피며 기록하고 있다.
소소한 일상의 위로도 무용한 날, 저자는 “야근을 하며 사무실의 복사기를 바라봤는데, 문득 출력 단추를 누르면 기계적으로 결과물을 뱉어 내는 복사기와 나는 무엇이 다를까 생각”했다. 결국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캐나다로 떠난다. 졸업하고 처음으로 멈추어서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진 것이다. 어학원에서 영어 공부도 하고 세계 여러 곳에서 온 친구들도 만난다. 그리고 로키산맥 앞, “거대한 자연 앞에서 내 괴로움, 고민은 먼지처럼 사라졌고, 이상한 힘이 생겼다. 나는 실수할 수도 있고 때론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상처를 받을 수도 있지만 다시 사랑할 수도 있는 인간”임을 느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새롭게 다시 시작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나에게 묻는 ‘오늘’의 안부
저자도 14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겠는가. 우리가 그러하듯, 때로는 무조건 상사의 명령에 따라야 했을 것이고, 선배의 알 수 없는 독설에 아팠을 것이다. 그때마다 잊지 않고 글을 썼고, 이제 그 글들을 모아 책을 펴내게 되었다. 무엇보다 오래전 쓴 글을 다듬고 새로 쓰면서 저자는 묵은 감정을 털어 내고 과거의 자신을 떠나보내는 의식을 치른다. 글쓰기를 통한 자기 돌봄의 시간이고 치유의 여정이다. “감정을 가둬 두지 않고 무사히 흘려보낼 때 글쓰기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물론 우울한 감정을 들추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다시 들여다보면서 토닥인 일이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을 비로소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누구에게나 숨 쉴 구멍이 있어야 하고, 틈이 있어야 한다. 저자에게 그것이 글쓰기였다면 우리에겐 무엇이 있을까? 지친 일상을 보듬고 달래며 나만의 ‘오늘’을 살 수 있는 삶의 에너지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더불어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가, 오래되어 무거워진 감정은 없는지, 살펴보고 덜어 내면서 나의 오늘은 안녕한지 안부를 물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