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세월 주고받은 손편지들
대한민국 음악계 원로이자, 현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며 이화여대 음악대학 교수를 역임한 이영자 교수가,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가족과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모아 해드림출판사를 통해 두 권의 책으로 묶어 출간하였다. 1950년부터 1982년까지 편지를 묶은 1권 [오선 위의 넋이어라 그대의 자화상은]과 1983년부터 2024년까지 묶은 2권 [오선 위의 넋이어라 멸리 있는 연인에게]가 그것이다.
이번 두 권의 책은 가족, 각계각층의 제자들, 동료 교수들, 고 김남조 시인을 비롯한 문화예술인들, 백건우 피아니스트, 첼로 연주자 김재홍 교수, 나운영 작곡가, 나효신 작곡가를 비롯한 음악계 지인들과 주고받은 정겨운 안부 편지들이다. 다만, 편지 원본은 거의 대부분 육필 편지로써 책에서는 워드화 되어 있다.
한편 이 두 권은 이전 출간된 [불사조의 노래(문학관 2014)]와 [빈 악보를 물고 오는 불새(해드림출판사 2024)]에 일부 실렸던 편지와 저자가 그동안 소중히 보관해 온 편지를 실어 증보판 형태로 출간된 것이다.
저자인 이영자 교수는 책을 출간하면서 “지금 하늘 가까운 길목에서 증보판 내는 축복에 부끄럽고 고마움에 감동의 눈물 쏟는다. 하늘이 주신 천복 같은 삶의 끝자락에서 풍성하고 충만한 사랑에 고개 숙여 감사와 축복의 절을 올리고 싶다. 이제 남은 날을 이 목숨 다하여 나의 아쟁 음악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의 Ⅱ악장, Ⅲ 악장 쓰며 가고 싶다. 지난해 가으내 겨우내 오늘까지 먼지 쌓인 서고에서 찾아낸 옛이야기들을 또 하나의 사랑으로 엮어 준 제자 한혜리 교수와 아름다운 영혼의 장으로 출판해 주신 해드림 출판사의 이승훈 사장님께 고마운 인사를 드린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잃어버린 낭만을 다시 만나다
우체통이 거리 곳곳에 놓여 있던 시절은 누군가를 향한 마음을 담은 편지가 일상 속에 숨 쉬던 때였다. 붉은 우체통을 보며 사랑과 그리움을 전하기 위해 손편지를 쓰던 사람들, 설레는 마음으로 우체부를 기다리던 그 시대는 삶의 정서가 깊이 스며든 낭만의 시대였다.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손글씨에는 전하고 싶은 말보다 더 큰 마음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메일과 메신저가 편리함을 앞세워 사람 사이 자리하면서 손편지의 순수한 감정은 점차 잊혀졌다. 편지가 사라진 후, 우리 사회는 냉랭해졌고, 정서의 깊이를 더하기보다 점차 삭막함과 거친 감정이 자리하게 되었다.
이런 시기 출간된 이영자 교수의 [오선 위의 넋이어라 그대의 자화상은]과 [오선 위의 넋이어라 멸리 있는 연인에게]는 사람들의 잊혀진 감정을 되살리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이 책에는 수많은 사람이 쓴 손편지가 담겨 있으며, 그 편지들은 윤색이나 미화 없이 그들의 진솔한 감정을 고스란히 전한다. 한 시대의 순수하고도 소박한 감정들이 가득한 편지들은 오늘날 독자들에게 잃어버린 감성을 다시 만나게 하는 특별한 창구가 된다. 각 편지 속에는 단순한 그리움과 사랑뿐 아니라 사람 사이에 필요한 정이 스며 있으며, 이는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여유를 선사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디지털 세대가 놓쳐온 감정의 깊이와 다정함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감정이 메마른 이 시대, 편지 한 통의 진심이 전하는 힘을 이 두 권의 책을 통해 다시금 기억하였으면 싶다.
편지 속에 담긴 시간, 그 위로의 힘
디지털 시대에 접어든 후, 손편지는 그 의미를 잃고 점차 잊혀진다. 이메일과 메시지가 주는 편리함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지만, 그로 인해 한 편지에 담긴 시간과 정성, 그리고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진솔한 감정은 빛을 잃고 말았다. 마치 서서히 소멸해가는 것처럼 보이는 손편지의 가치는, 어느새 다가오던 우체부에게 설레던 우리를 사라지게 했다. 이렇듯 무채색으로 바뀌어가는 현대 사회에서, 이영자 교수의 저서 [오선 위의 넋이어라 그대의 자화상은]과 [오선 위의 넋이어라 멸리 있는 연인에게]는 손편지의 아름다움을 회복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 두 책에 담긴 수백 통의 편지들은 저자 이영자 교수가 무언가를 더하거나 꾸미지 않고, 편지를 쓴 사람들의 원래 의도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아마추어적인 필체와 다소 어색한 문장은 오히려 그 시절 사람들의 진솔함을 더 진하게 느끼게 한다. 단순히 문장을 적어나가던 모습 속에 담긴 서툴지만 순수한 감정들, 수줍음이 어린 표현들은 윤색되지 않은 원석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편지들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메마른 현대사회에서 한 줄기 따스한 빛이 되어, 독자들의 마음에 오래 전 편지 속에서 느낄 수 있었던 인간미와 따스함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손편지가 지닌 힘은 그 속에 담긴 시간과 정성이다. 한 편지에 깃든 시간과 노력은, 곧 편지의 무게가 되고, 받는 이에게는 위로와 안식이 되어 준다. 이를 통해 독자는 다시 한 번 우리 삶 속에서 중요했던 단순하고도 인간적인 감정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영자 교수의 책이 이 시대에 주는 의미는 바로 이 점에 있다. 메마르고 거칠어진 사회에서 순수함과 정겨움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다. 또한, 바쁘고 효율을 중시하는 세상 속에서도 우리가 잃어버린 인간미를 회복하고, 편지 한 장에 담긴 소중한 감정을 되찾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이 전하는 감동은 그 의미를 더욱 빛내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진정한 위로와 소통의 방식으로 손편지를 다시 떠올려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