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이라는 인식은 일본음악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1980년대에 일본의 대중문화 유입이 불허된 상황을 악용해 표절이 공공연했음에도 일본의 것에 대해서는 막연한 반감을 가지는 그 이중성에 당시 음악관계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구미의 대중문화가 아직은 글로벌 시장을 석권하고 있지만 인구와 잠재력에서 곧 아시아가 세계문화콘텐츠 시장을 주도할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는 우리 입장에서 동행해야 할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개념과 심리적 거리감을 새로이 정립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솔직히 사석에서 술자리에서 일본 음악이나 가수에 대해 장광설을 펴는 사람은 적지 않다. 전문가가 꽤 있는 것 같지만 그럴듯한 일본 대중음악 관련 서적은 아직 접한 적이 없다. 그런 점에서 젊은 평론가 황선업의 책은 너무나 반갑다. 아시아 비전을 위해서, 아니 일본 대중음악이 갖는 한국과의 쌍방향 관계를 전제하더라도 노고가 빛나는 그의 정리는 우리가 챙겨야 할 기본과 상식을 새삼 일깨워준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일본음악을 듣는다고 하면, X재팬 같은 비주얼 계나, 아니면 애니 송이나 아이돌 뮤직, 조금 더 나아가 시부야계 정도에 멈추어 있는 우리의 일반인식을 깨고 실은 그 이상의 보편성을 지닌 일본 음악과 뮤지션들이 켜켜이 쌓여 있음을 대놓고 알려준다. 그런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야말로 일본 음악가 사전이라 할 이 책의 진정한 수확이다. 저자의 폭넓은 집대성에 놀라고, 결코 간단치 않았을 노력에 감사를 드린다. 오랜만에 회심작이자 역작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