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거대한 우주의 이 작은 위성에 출현한 인간은 여러 가지 농·축·수산물 등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천연 산물들을 처리 없이 먹으며 생존해 왔다. 이러한 천연재료 중 일부는 지구 최초의 생명체였던 수많은 미생물에 의해 자연발효되어 그 독특한 맛과 향으로 원시 인간의 입맛을 사로잡았을 것이다. 우연한 기회로 발효식품을 먹게 된 인류는 이를 식문화에 접목하였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
발효식품은 효모, 세균, 곰팡이 등과 같은 다양한 미생물이 관여하여 식품 원료의 여러 성분을 분해하거나 새롭게 합성하면서 생성된 산물과 미생물로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세계인이 즐기는 발효식품은 3,500~5,000종이 넘고 하루에 먹는 양도 50 g~200 g 정도로 인류의 식단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Stewart, C. 2024, Tamang, J. P., 2010). 최근에는 발효에 관여하는 미생물들이 인간의 장내에 들어가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여러 나라에서 깊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Sanlier, N. et al. 2019). 최근 인류를 위협했던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발효식품을 섭취하면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특히 채소류(김치)나 우유 발효식품들의 면역기능이 강조되면서 한국의 발효식품들에 세계인의 이목이 쏠렸다.
우리나라는 오랜 역사에 걸맞게 다양한 발효식품을 먹어 왔으며 한식의 가장 중요한 부식으로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한국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4대 발효식품, 즉 장류, 김치, 젓갈, 식초는 각기 다른 기능을 갖고 한식의 차별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 발효식품들이 한국인의 불안장애를 낮추는 기능이 있으며(Tae, T. and Kim, T.S., 2024) 성별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는 사실도 확인되고 있다. 또한 한국의 발효식품을 포함한 전통식품이 한국인의 장수와 관련된다고 했으며(Park, S. C., 2023) 발효식품의 건강기능성이 폭넓게 제시되기도 하였다(Shin, D. H., 2023).
각종 발효식품은 전통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기반 음식이자 한식을 K-Food로 세계에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발효에 관여하는 미생물의 용도는 식품발효의 범위를 크게 넘어 제약, 환경산업, 각종 첨가물 생산 분야로 확대되어 광범위한 발효산업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근래 미생물의 기능은 유전자변형기술을 기반으로 하여 사용자의 지향 목적에 맞게 변형시키는 새로운 영역으로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이다. 미생물은 무생물의 한정된 범위를 뛰어넘는 생물계의 무한기능을 가장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해주고, 류가 계속 활용해야 할 전망있는 미래 지향적인 대상이자 신산업을 창출할 분야를 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책에서는 발효의 기본원리와 미생물의 기능을 이용한 세계 여러 나라의 대표적인 발효식품을 소개하고 우리나라 4대 발효식품의 특성과 제조방법, 기능성 및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였다. 또한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인 장내 미생물, 마이크로바이옴의 개념과 필요성 그리고 독특한 건강기능에 대하여 기술하였다. 이 책이 우리 발효식품의 발전 가능성과 미래 산업으로 발돋움하는 청사진을 그려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번에 발간하는 《건강을 지켜주는 발효식품 이야기》는 본인이 2019년 저술한 《건강 100세, 발효식품이 답이다》를 기본으로 하여 새로운 정보를 추가하고 근래 화두가 되고 있는 기능성식품, probiotic 및 그 건강 기능성을 제시하는 등 최신 내용을 담아 재작성했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