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이 원하는 것은 마음과 마음의 연결이다.
서로의 취약성과 아픔을 헤아리는
다정한 관계에서 인간과 인간은 깊이 연결된다.
갈등이 만연하고 인간 존엄까지 파괴되는 현대사회에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부부 및 가족 관계 임상심리전문가 김선희가
그 해답으로 ‘다정함’을 제안한다.
‘다정함’은 서로가 고군분투하는 가녀린 인간임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현대사회의 부정적 단면에는 갈등의 심화가 있다. 한국 사람 특유의 ‘정’을 거론하면 거리낌 없이 경시당한다. 나 혼자 살아내기도 바쁜데 다른 사람 챙길 여유가 어디 있냐며 되레 성화다. 다른 사람을 보살피고 그들의 형편을 이해할 여유, 다정함이 실종되고, 나의 입장이나 권리를 외치다 보니 갈등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부부 사이, 가족 관계에서도 그러할진대, 대문 밖 타인을 살피는 성숙한 마음가짐, 그들을 향한 인격적 대우가 가능할까.
임상심리학에 몸담은 지 34년. 임상심리전문가로서 현장에서 수많은 내담자를 상담하며 인간 본성을 깊게 들여다본 저자는 개인의 관계, 가족과 가정을 넘어 사회에 만연한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갈등의 원인과 형태를 분석하고, 갈등 해결이 요원한 우리 사회에 ‘다정함’이 시급하게 처방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말하는 다정함의 본질은, 상대가 자신의 취약함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녀린 인간임을 이해하고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내가 아픈 만큼 상대도 아프고, 내가 힘들어하는 만큼 상대도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그 마음을 보듬어주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 갈등을 해결하고 나와 너, 우리가 결속해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을 다질 때 우리는 연합군이 되며, 수시로 불어닥치는 위기와 역경, 고난과 고통을 성장의 부름켜 삼아 인격적으로 살아낼 수 있다고 저자는 담대히 전하고 있다.
다정함을 실천하는 성숙하고 품격 있는 인간
《다정함이 인격이다》에서는 다정함의 정의를 ‘사람으로서의 품격’, 곧 ‘인격’으로 지칭한다. 마음과 마음을 잇고 인간과 인간을 잇는 결속의 이해와 실천은 우리 인간이 마땅히 가져야 할 품격이자 인격이기 때문이다.
부부 관계, 가족 관계 임상심리전문가로 현장 및 강단에서 오랫동안 활약해 온 저자는 이 책에서 다정함의 방향이 외부로 향하는 것도 중요하나 먼저 상처받기 쉽고 미처 보살피지 못한 자신의 내면으로 향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지치고 피로한 나, 타인의 폭언과 무심한 행동으로 인해 마음이 깨진 나, 텅 빈 내면의 소리를 무시하고 외연만 추구하는 나, 위기 앞에서 잔뜩 움츠리고 불안에 떠는 나… 소중히 돌보고 관리해야 할 자신을 외면하고 우리 스스로를 차갑게 방치하지 않았나 돌아보자고 다정히 제안한다. 나에게 주어진 역량에 따라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면 소모적인 분투와 질책을 멈추고 스스로에게 지금껏 수고 많았다고, 추스르고 다시 시작해 보자고 용기 내어 말해주는 것이 진정한 다정함이라고 말이다. 이것이 곧 ‘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다움을 향해 가는 것이기도 하다. 나아가 저자는 나와 다른 타인을 수용하는 방법들을 세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 첫 단추는 상대의 연약함과 취약성을 끌어안는 다정함의 실천이라고 말한다. 너와 내가 다름을 분명히 인지하고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로 상대를 품을 수 있다. 나 개인에서부터 가족 간, 나아가 사회 안에서 서로가 연결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다정함’의 실천이다. 이 실천이야말로 우리 눈앞에 도래한 ‘마음의 시대’를 살아가는 참된 길이며, 역경을 소화해 내는 품위 있는 태도의 근간이다.
다정함은 섬세하지만 단순하기도 하다. 일례로 “내가 있잖아.”라는 말은 먼저 타인의 아픔과 필요를 섬세히 감지하고 공감해야 한다. 그렇지만 말 자체는 대단한 기술을 요하는 것이 아니다. 너무나 당연하고 평이해서 굳이 말하지 않고 건너뛰어도 알 것이라 여기는 이도 많다. 그러나 평이하고 단순한 이 말의 효과를 무시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 말 하나로 누군가의 상처받은 마음이 치유되고, 크게 위로받는다. 이 말 하나로 파괴될 뻔하던 한 가정이, 갈등과 분열로 휘청거리는 이 사회가 서로 연합하고 회복될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