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는 공간만 바라보지 않는다
시간과 정취, 유희까지 발견하는
소설가 배길남의 별난 여행기
작가가 들여다보는 부산은 그간 지역을 다루던 책처럼 친숙하면서도 또 실험적이다. 공간뿐 아니라 다각도로 부산을 조망하는 까닭이다. 1부는 부산의 잊힌 곳을 탐방하는 공간적 여행기다. 2부는 박재혁 의사나 강수열 열사, 부마민주항쟁 등 역사에 준엄했던 부산의 열기를 탐방하는 시간적 여행기다. 그런가 하면 3부는 점점 쇠퇴하되 여전히 사람 사는 냄새가 풀풀 나는 마을 이곳저곳을 탐방하니 정취적 여행기의 구성을 띤다. 마지막으로 4부는 부산의 먹거리 등 즐거움을 새로이 소개하는 유희적 여행기라 할 수 있다.
모든 풍경에 감탄하는 족속이 소설가다. 저자 또한 단번에 목적지에 이르지 않는다. 종종 샛길로 새고, 딴생각에 잠기기 일쑤다. 그러나 이는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있어 무엇 하나 쉽게 지나칠 수 없다는 덕목에 가깝다. 세상 모든 것이 빠르게 휘발되고 휙휙 지나가 버리는 오늘날, 기꺼이 멈춰 보는 태도가 우리에게 간절하다. 부산을 한 꺼풀 한 꺼풀 벗겨내는 여정에 함께하다 보면, 독자 여러분에게도 부산이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마! 쌔리 마, 고마 마
내싸 마, 확 그냥 마마
마 함 가보입시다
‘마’ 하나에 담긴 다채로운 뉘앙스처럼
부산이 품은 수많은 이야기
그런데 이상하다. 타지 사람은 그렇다 치고 부산사람에게 부산을 물어보면 뭐 그렇게 아는 게 없다. 버스, 지하철 노선만 좔좔 외울 뿐 사는 동네에 뭐가 있고 어떤 역사가 서려 있는지 관심이 없다. 부산 어디가 좋냐는 질문에 해운대, 광안리, 자갈치, 남포동, 서면 대답하면 끝인 게 부산사람의 특징이다.
부산이 지켜주지 못했던 불세출의 야구 영웅 최동원처럼(작가는 꼭 이 파트에서 울먹인다) 뭔가 잃어버리고 나서야 다들 그 소중함을 아는 것이다. 사라져가는 산복도로, 고층아파트에 가려지는 부산항 등 풍경의 향취를 잃어버린 부산사람은 이제 어디를 바라보며 희망을 품어야 할까? 이에 소설가 배길남 씨가 외친다. “뭔데? 왜 또 갑자기 분위기 어두워지는데? 그라지 말고 마, 인자부터 같이 함 댕기 보입시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