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시마는 한반도와 일본의 경계에 위치한 섬으로 그 지정학적 중요성으로 인해 역사적으로 한반도와 일본 사이에서 특수한 관계를 맺어 왔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쓰시마가 부산에 설치된 왜관을 통해 일본의 대(對)조선 외교와 통상을 독점적으로 담당했다. 쓰시마는 영토적으로는 일본의 통치하에 있으면서 통상의 필요에 따라 경제적으로는 조선에 종속되어 있는 이른바 ‘양속관계’의 틀 속에서 기능했다.
하지만, 근대 이후의 쓰시마가 조선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가장 큰 변화는 메이지 신정부가 탄생하면서 대조선 외교가 중앙정부로 일원화된 이후 쓰시마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갈수록 약화되어 갔다는 것이다. 더욱이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로 되면서 경계의 섬으로서의 쓰시마가 조선과 일본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더 쇠퇴해 갔다. 쓰시마는 일본과 대륙의 ‘경계’에서 제국 일본의 지리적,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변경’으로 전락했다. 즉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로 되어 가는 과정은 경계의 섬으로서의 쓰시마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급격히 약화되어 가는 과정과 궤를 같이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일제강점기 이후 쓰시마는 조선인들에게 어떻게 인식되었을까. 이 책에서는 191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조선인들이 쓰시마를 방문하고 신문기사(6편), 수필(6편), 시(1편), 소설(2편) 등 다양한 형태로 남긴 방문기 15편을 발굴하여 소개한다. 더 이상 조선에서 파견된 사신도, 충절을 지킨 유배자도 아니었던 조선인 방문자들은 누구였으며, 왜 쓰시마를 방문했고, 그들의 눈에 비친 쓰시마는 어떠한 모습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