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엉뚱한 상상과 발랄한 질문이 넘쳐나는 문학 수업을 위하여
‘물음표로 찾아가는 한국단편소설’ 시리즈는 ‘신나고 재미있는 문학 수업’을 꿈꾸는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기획하고 집필한 책이다. 입시와 시험을 위한 문학 수업, 다시 말해 학생들에게 작품에 대한 획일적이고 기계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문학 수업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하여, 학생들이 작품을 읽고 실제로 궁금해하는 것들에 답한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이를 통해 단편적 이해와 강압적 암기로 일관했던 일방적 문학 수업에서 벗어나, 작품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하는 수용자 중심 문학 수업의 단초를 마련하고자 했다.
‘물음표로 찾아가는 한국단편소설’ 시리즈는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와 문학 교과서에 실린 단편소설 가운데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힌 작품을 대상으로 했다. 이렇게 고른 작품을 학생들에게 읽힌 다음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질문거리를 모았다. 그 가운데 빈도수가 높은 것, 의미 있고 참신하고 기발한 것 등을 가려뽑고, 국어 선생님들이 책과 논문을 찾아보고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준다. 학생들이 읽기 편하게 쉬운 말로 풀어 썼으며, 그림과 사진과 참고 자료 등도 함께 실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보다 보편적인 작품의 의미에 접근하고자 했다.
‘물음표로 찾아가는 한국단편소설’ 시리즈는 다양하고 깊이 있는 생각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읽기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는, 예전에 없던 새로운 콘텐츠이다. ‘학생 중심의 소설 감상’이라는 지평을 열어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문학 작품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2. 교과서에 실린 한국 대표 단편소설들을 한 권의 책으로 깊고 넓게 읽는다
‘물음표로 찾아가는 한국단편소설’ 시리즈는 암기식, 문제 풀이식 문학 수업으로 인해 학생들이 자꾸만 문학에서 멀어져 가는 교육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에 비롯했다. 그리고 문학 작품을 학생들 가까이에서 살아 숨 쉬게 하려는 선생님들의 의지와 열정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 책은 기존의 자습서나 참고서에서 볼 수 있었던 소설 작품에 대한 단편적인 해석과 이해의 차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학생들이 실제로 작품을 읽고 궁금해하는 질문들을 바탕으로 시대적, 문화적, 사회적, 역사적, 문학적 정보들을 쉽고 재미있게 다루고 있다. 따라서 하나의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책은 ‘작품 읽기-깊게 읽기-넓게 읽기’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 읽기’는 말 그대로 소설 전문을 담은 부분이다. 재미와 상상력을 돋울 수 있는 일러스트와 함께 구성했다. ‘깊게 읽기’는 학생들이 작품을 읽고 궁금해한 물음 가운데 유의미한 것들을 고르고, 이에 대한 선생님들의 답글로 채웠다. 작품 자체와 관련된 배경, 인물, 사건, 주제 등을 중심으로 다루었으며, 읽는 동안 작품을 다양한 방식으로 내면화할 수 있도록 했다. ‘넓게 읽기’는 작품을 둘러싸고 있는 요소들, 작가와 당시의 시대적 상황 등을 살펴봄으로써 작품에 대한 이해를 더 넓힐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학생들이 작품을 읽고 활동한 결과물을 실어, 작품에 대한 또래의 생각을 엿볼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엮어 읽기’를 통해 소재나 주제가 비슷한 다른 작품들을 소개함으로써 독서 경험과 문학 감상의 폭도 넓힐 수 있다.
3. 〈순이 삼촌〉 - 현대사의 비극, 치유받지 못한 상처
1978년에 발표한 현기영의 〈순이 삼촌〉은 해방 이후 미군정기인 1947년에 제주에서 발생한 ‘3ㆍ1운동 기념식 발포 사건’을 기화로 한국전쟁이 이후까지 지속되었던 ‘제주 4ㆍ3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사건은 한국 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인명 피해가 많이 발생한 대표적인 국가 폭력 사건이라 할 만하다. 한마디로, 남한만의 단독 정부를 반대하며 무장투쟁을 감행한 남로당을 숙청한다는 명분으로 무고한 제주 도민 수만 명이 희생된 사건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반공’이 사회의 지배적 이념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 사건을 입에 올리는 것이 금기시되었고, 그래서 죄 없이 죽음을 맞았거나 피해를 당한 제주 도민들은 끔찍한 사건을 겪고도 억울함을 풀지도 못하고, 누구에게 하소연하지도 못한 채 살아가야 했다. 1970년대 후반에도 군사정권의 ‘반공’ 이데올로기는 여전했지만, 제주도 출신의 작가 현기영은 마침내 〈순이 삼촌〉을 발표하면서 ‘4ㆍ3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 사건으로 자식을 잃고 30년 넘게 그때의 악몽에 시달리며 살아온 순이 삼촌. 그녀는 ‘4ㆍ3 사건’이라는 현대사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고 그 상처를 버티며 살아온 수많은 제주 사람들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여전히 그 상처가 온전히 치유되지 않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그때의 실상과 상처 입은 사람들의 외침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순이 삼촌〉이라는 작품이 품고 있는 많은 것들과 만날 수 있다. 소설을 읽고 학생들이 궁금해한 질문과 그에 대한 선생님들의 설명을 읽어나가다 보면, 자연스레 〈순이 삼촌〉에 나오는 인물들을 이해하게 되고, 사건 뒤에 숨겨진 뜻을 발견하게 되고, 당시의 시대상을 알게 되고, 결국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도 짐작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