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의 생일과 여덟 번의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냈던 오본휘와 하기쁨. 흐려진 관계 끝에서 본휘는 새 사람을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사람과의 결혼 소식을 직접 기쁨에게 통보한다. 그 후로 1년 뒤, 본휘는 자신의 파혼을 알리며 다시 기쁨에게 돌아오려 하는데….
《결혼 사전 부검》은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30대 여성 하기쁨이 결혼 준비 과정에서 자신과 관계의 본질을 마주하게 되는 여정을 그린 이아소의 신작입니다. 이 작품은 결혼이라는 중대한 선택의 실패 가능성을 미리 분석해 보는 ‘사전 부검’이라는 독창적인 개념을 통해 사랑과 인정, 그리고 소통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를 섬세하게 파헤칩니다.
특히 이아소는 기쁨의 목소리로 시작하는 프롤로그를 통해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며, 독자들이 주인공의 감정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도록 유도합니다. 기쁨의 솔직한 독백은 마치 독자들에게 직접 속삭이듯 다가오며, 독자들은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됩니다.
11년의 시간 속에서 한때 ‘빌런’으로 여겼던 인물들이 오히려 주인공 기쁨의 성장을 이끌었음을 깨닫는 장면은 강렬한 울림을 줍니다. 이처럼 《결혼 사전 부검》은 관계 속 갈등이 때로는 자아를 찾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조명하며,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한 번쯤은 방황해 봤던 이들에게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고, 길을 잃지 않는 법을 제시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