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안타깝고 답답한 의료 현장에서
유형준 (한국의사수필가협회 회장, 의사)
동양과 서양의 대표적 문학 이론서로 유협의 《문심조룡(文心雕龍)》과 서양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詩學)》을 듭니다. 《문심조룡》의 한 대목을 올립니다.
“감정이 움직여 말이 되고, 이성이 발동하여 글로 나타난다. 이 모든 것들은 성정(性情)으로부터 조성되고, 관습과 풍습에 의해 도야(陶冶) 되는 것이기에 문학작품은 시대와 사회, 그리고 작가에 따라 매우 다양한 모습을 띠게 된다.”
인간이 품고 드러내는 모든 무늬가 인문(人文)입니다. 의사, 특히 수필 짓는 우리가 글씨로 드러내는 일은, 감성과 이성과 지성, 또한 영성을 총동원한 직관 내지는 관찰에서 시작합니다. 즉,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일이 선행(先行)합니다.
이 안타깝고 답답한 의료 현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먼저 행할까는 전적으로 자신의 영역이라 누가 무어라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열여섯 번째 우리 공동 수필집 《문득 그 향기가 그리운 날엔》 안에선, 되도록 수필다운, 수필문학다운, 수필문학예술다운 선행(先行)이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