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기를 넘게 사신 방연순 할머니는 삶 자체가 역사다. 어찌 그 삶을 이 그림책 한 권으로 말할 수 있을까, 넘어온 고비고비, 넘어지고 일어서며 옷깃 여몄던 그 시간들 틈에 자식들은 자라고 어느새 강인했던 모성은 힘없이 고꾸라져 요양원에서 다시 ‘아기’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할머니들의 힘 쎈 과거를, 할머니들의 다정했던 그늘을, 더없이 따뜻했던 손길을.
잘 펴지지도 않는 주름 잡힌 손으로 크레용을 들고 더듬더듬 칠했을 그림들을 사랑으로 모아온 손녀딸의 작업이 더없이 아름답다. 방연순 할머니의 눈빛에 잠시라도 울긋불긋한 추억들이 사랑스럽게 찾아와 주기를 바란다.
_전주 잘 익은 언어들 이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