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자와 요의 장편소설 『밤의 이정표』가 블루홀식스에서 출간되었다. 블루홀식스는 창립 이래 매년 미스터리, 추리소설 출판 종수가 압도적 국내 1위인 출판사이다. ‘나가우라 교’, ‘미키 아키코’, ‘아사쿠라 아키나리’, ‘유키 하루오’, ‘하야사카 야부사카’, ‘후루타 덴’ 등 국내 미출간 작가들의 작품들과 국내에서 아직 인지도가 없었던 ‘오승호’(고 가쓰히로), ‘우사미 마코토’ 작가의 작품들을 블루홀식스의 사명(使命)으로 알고 출간하여 왔다. 특히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을 시리즈별로 꾸준히 출간하여 나카야마 시치리는 현재 국내에서는 일본을 대표하는 인기 작가가 되었다. 이 또한 블루홀식스만의 성과이자 지향점이다.
『밤의 이정표』는 서스펜스의 여왕, 아시자와 요가 선사하는 통곡의 장편 미스터리로, 작가 특유의 뛰어난 심리묘사, 탄탄한 스토리와 충격적인 반전이 돋보이는 작가 생활 10주년 기념 작품이라 할 수 있다. 2023년 오가와 사토시의 『너의 퀴즈』와 제76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 이야기를 쓰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아시자와 요
2016년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로 제3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후보 및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5위에 오르고, 2018년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등으로 제7회 시즈오카 서점대상을 수상한 아시자와 요는 2020년에는 『더러워진 손을 거기에 닦지 마』로 제164회 나오키상 후보에 오르는 쾌거를 거머쥔다.
이처럼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2024년 기준 작가 생활 13년 차인 아시자와 요는 근래에 “무엇을 쓰느냐보다도 어떻게 쓰느냐로 의식이 바뀌어 왔다”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 데뷔 10주년 기념작인 『밤의 이정표』는 아시자와 요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작가 인생의 전환점이 아닐까 싶다. 작가는 실제로 ‘어떻게’ 쓰느냐, 즉 쓰는 방법에 관해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가령 『밤의 이정표』를 집필과 관련해 “스토리보드를 그리는” 것에 처음 도전했다고 한다. 작가의 인터뷰를 직접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소설의 몇몇 장면이 단편적인 영상으로 머릿속에 있었기 때문에, 그것들을 차례로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면, 초반의 농구 장면, 소년이 차를 향해 뛰어드는 장면, 반지하 집 화단에 소년이 웅크리고 있는 풍경 등, 이미지를 그림으로 만들어 눈앞에 늘어놓고는 이야기의 순서를 생각하거나, 이 남자는 어떤 사람일까, 이 아이는 왜 아버지에게 자해 공갈을 강요받고 있는 걸까 하는 식으로 등장인물의 배경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단편적인 영상에서 출발해서 그런지 어떤 때는 미스터리가, 어떤 때는 소년의 성장담이, 또 어떤 때는 러브스토리가 펼쳐지며 각 이야기들이 교차되고 중첩된다. 여러 장면에서 시작한 수수께끼투성이였던 이야기가 점점 선명해지고 각자의 사정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가령 반찬 가게 여자가 반지하의 남자를 숨겨주고 있었고, 도주범은 소년에게 반찬을 내어주고 소년과 내밀하게 교류한다.
아시자와 요는 자기 자신도 계속 손으로 더듬어가며 썼다고 말한다. 한 장면의 수수께끼를 풀면 그것이 이야기로 이어지기 때문에, 작품을 계속 쓰면서, 그래서 ‘이 장면이 필요했던 거구나’라며 새로운 발견을 계속했다는 것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밤의 이정표』는 작가의 작가 생활에서 하나의 이정표 역할을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