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과 스릴이 공존하는 미스터리.
짠내나는 캐릭터들의 환장 호흡.
주인공이 사랑하는 이가 실종됐고, 범인은 잡을 수 없으며,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광경이 펼쳐지는데도 이 작품은 읽는 내내 피식피식 웃게 된다. 미스터리와 추적 활극, 스릴러와 코미디가 환상적으로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반된 장르가 완벽히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종일, 정석, 순경이라는 개성 있는 캐릭터가 있기 때문이다. ‘배달 라이더’와 ‘편의점 사장’ 그리고 ‘만년 공시생’. 직업부터 심상치 않은 이들은,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환장의 대사 티키타카를 보여준다. 쓸데없는 말만 해대고,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난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이 추적 과정에서 보여주는 호흡은 의외로 뛰어나다. 순경이 엉뚱한 직관으로 단서를 발견하면 정석은 날카롭게 추리하고 종일이 앞장서는 식이다. 덕분에 유쾌하면서도 빠른 속도로 사건이 전개된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는 독자평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네 편의 장편 소설과 열세 편의 뮤지컬을 집필하며 갈고 닦은 작가의 내공이 느껴진다.
청춘의 삶을 은유하는 이야기.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린 청년 세대에게 던지는 작가의 위로.
『추리의 민족: 범인은 여기요』는 이 시대를 사는 청춘들의 거울과도 같은 작품이다. 종일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다니던 회사에서 정리해고 당한 후 어떻게든 살아 보고자 배달 일을 시작한다. 대기업에 다니던 정석은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나와 청년 사장이 됐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꿈꾸는 순경은 몇 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지만, 합격의 길은 멀기만 하다. 치솟는 집값에 결혼은 엄두도 못 내고, 불안한 미래에 자존감은 낮아진다. 그래도 종일이 버틸 수 있던 것은 사랑하는 다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정은 그에게 사랑뿐 아니라 잘 공간과 따뜻한 밥과 각종 안전용품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었다. 이렇게 종일의 의(衣)이자 식(食)이자 주(住)인 그녀가, 보호자이자 동반자인 그녀가 한순간에 사라진다.
이런 상황은 마치 이 시대 청년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한없이 ‘다정한’ 가정의 울타리를 떠나 홀로 사회에 서게 된 이들. 안정적인 일자리도, 거주할 집도, 노동과 결혼에 대한 의욕도 쉽사리 찾기 힘든 청춘들의 삶 말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종일은 이 시기에 가장 성장한다. 막연한 걱정과 고민에 잠식되어 다정의 청혼을 거절했던 그가 다정을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 거는 적극적인 사람이 된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가장 친한 친구들과 동료 라이더들의 도움이 있었다.
종일이와 같은 시기를 지나 어느덧 한 가정의 가장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청년 세대에게 위로를 건넨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 같아도, 결국 중요한 건 성실함과 사랑의 연대라고. 서로 의지하며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더 성장한 모습으로 각자의 다정이를 만나게 될 거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