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호에서는 첫 번째로, 예술 교육자 허탐정(허나영)이 〈(작고)작은 나〉를 통해 어린시절 일기를 통해 어린이의 고민과 생각을 탐구한다. 어린시절 처음 만난 일기장은 왜 ‘오늘의 착한 일을 그림으로 그려봅시다’로 시작되었을까, 어느 순간부터 ‘진짜 마음을 일기장에 쓰지 않’게 되었을까, 왜 그 시절 어떤 어른도 ‘있는 그대로 괜찮다’는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을까 어른이 된 ‘나’가 작고 작은 어린 시절의 ‘나’의 생각과 고민, 그리고 모순된 마음까지도 솔직하게 되짚어 본다.
두 번째는 후각 예술가 곽혜은의 우리 토양을 지키는 생명체인 지렁이를 관찰하며 꿈에서 지렁이가 되어 보는 픽션 〈에일리언 해킹하기: 어느 날 지렁이가 되는 꿈을 꾸었다.〉이다. 곽혜은은 지렁이가 되어 만나는 세상을 마치 일기처럼 적고, 각각의 일기에 등장하는 지렁이의 행동과 느낌을 통해 알 수 있는 지렁이의 특징을 주석으로 전한다. 또한 본 글은 작가의 지렁이 드로잉과 함께 배치되어 마치 오래전, 지렁이가 되었던 한 인물의 오래된 탐구 일지를 보는 듯한 느낌을 더하였다.
세 번째로는 보청기를 사용하는 시각 예술가 김은설이 자신이 소리를 감각하는 방식을 시각·촉각적 서술을 통해 표현한 작업, 〈소리풍경〉이다. 〈소리풍경〉은 반투명한 트레싱지 위에 인쇄되어, 앞과 뒤의 글과 그림이 함께 중첩되어 보인다. 실제로 김은설 작가는 중첩된 페이지들처럼, 자신을 둘러싼 소리가 켜켜이 전해진다고 전한다. 몸속의 진동, 발을 통해 전달되는 땅의 진동, 소음과 섞여 들리는 주변의 말소리 등, 김은설 작가가 감각하는 〈소리풍경〉은 명확하지 않고, 복합적이며, 흔들린다.
네 번째는 쥬쥬베북스 편집장 윤여준이 퀴어 어린이 그림책 〈할아버지가 사랑한 무지개〉의 번역 및 편집의 후일담을 해당 도서의 번역가 김다현과 함께 소개하는 〈『할아버지가 사랑한 무지개』 번역·편집 후기 - 더 멀리 나아가는 무지개빛 그림책 만들기〉이다. 퀴어 어린이 그림책을 한국에 소개하게 된 계기와 번역에서 어려웠던 점 및 고민을 함께 나눈다.
다섯 번째는 연극 연출가 강윤지가 글을 쓰고 윤여준이 그린 만화 〈그냥 아는 사이는 아니라서요〉이다. 이 만화는 동성커플이 함께 병원에 방문했을 때 마주하게 되는 불편한 현실을 그렸다. 그냥 아는 사이로 퉁-쳐 버리는 동성 커플의 관계에 대해 질문하며, 동성혼법제화 및 생활동반자법에 대한 이야기를 넌지시 담고 있다. 만화의 말미에는 ‘그냥 아는 사이’가 아니라면, 어떤 사이인지에 대한 작가의 답변과도 같은 시가 함께 실렸다.
마지막으로는 연극 연출가 김진아의 글, 〈언니들에게〉가 소개된다. 〈언니들에게〉는 2022년 겨울의 연극 《조금 쓸쓸한 독백과 언제나 다정한 노래들》에서 관객들에게 쥐어 준 극 중 동생 ‘하나’의 편지글 중 일부를 다시 다듬은 글로, 고립과 소진, 단절 이후를 사는 언니들을 향해 쓴 편지이다. 가족과 멀어진, 모두에게 손가락질을 당한, 사랑으로 몸과 마음을 소진하는 언니들에게 필자는 말을 건넨다. 솔직하고도 따듯하게, 혹은 담백하고도 차갑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