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 책은 “살아남기 위해” “계속 나아가고 싶은”
당신들에게 속삭이는 가장 씩씩하고 근사한 목소리일 것이다.
_손보미(소설가)
★ 〈뉴욕타임스〉, 〈USA 투데이〉 베스트셀러
말은 빠르게, 노력은 꾸준히
할리우드의 사랑받는 배우로 살아가며 한걸음에 대사 치기
로런 그레이엄이 〈길모어 걸스〉에 합류하게 된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워너 브라더스에서 〈길모어 걸스〉를 방영하는 동안에도 NBC는 여전히 〈M.Y.O.B.〉의 취소를 발표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던 로런에게 제작 여부는 중요했다. 〈M.Y.O.B.〉 두번째 시즌은 여전히 제작될 여지가 있었다. 게다가 〈길모어 걸스〉는 2000년도 최고의 드라마이자 목요일 밤의 TV 시청률을 차지하던 드라마 〈프렌즈〉와 경쟁해야 했다. 그러나 복잡한 상황에서 방영되기 시작한 〈길모어 걸스〉는 한 배우의 인생에서 점점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기 시작한다.
이 책은 로런 그레이엄의 유년 시절부터 배우 지망생 시절, 신인 배우 시절, 성공적인 활동기, 할리우드의 생활을 공개한다. 로런이 뉴욕에서 살아남고자 했던 젊은 시절, 오디션 때 노래의 주제를 악기 연주가 아닌 배스 물고기를 괴롭히는 내용으로 바꿔버렸던 실수, 일을 구하지 못하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던 순간을 지나 탄탄한 연기 커리어를 쌓아간 이야기를 생생한 대사처럼 담아낸다. 〈프로젝트 런웨이〉의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소감, 가족과도 같았던 〈페어런트 후드〉의 동료들 이야기, 엘런 드제너러스와 친해지고자 채식주의자가 돼야 할지 고민했던 일, REI 멤버십 카드를 얻게 된 계기, 로런 그레이엄의 작가 인생을 바꾼 글쓰기 방식인 ‘주방 타이머’ 등 유쾌한 일화들이 책에 풍부히 소개된다. 오디션에서 엉덩이를 보여줘야 했던 경험이나, 남자라면 듣지 않았을 불쾌한 질문을 한 무례한 진행자에게 들었던 일은 그가 배우로서 살아가며 불편할 일을 얼마나 빈번히 맞닥뜨렸을지 예상하게 한다. 또한 이 책은 로런의 또다른 자아이자 ‘부캐’인 잭슨 할머니를 소개한다. 잭슨 할머니가 건네주는 조언을 듣다보면 마음이 따끔하면서도 따뜻해진다.
“위를 보렴! 위를! 무언가가 널 놀라게 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길모어 걸스〉의 열린 결말이 암시하는 또다른 시작
2015년, 워너 브라더스와 계약을 맺은 넷플릭스가 〈길모어 걸스〉의 후속편을 제작한다는 기사가 공개됐다. 드라마의 종영을 아쉬워한 사람이 많았기에 이 소식은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소식이 팬들만 기쁘게 한 것은 아니었다. 로렐라이 길모어를 또다시 연기하게 된 로런은 누구보다 이 소식에 들뜰 수밖에 없었다. 2014년 12월, 로런은 드라마를 만든 에이미 셔먼 팔라디노와 만난 후에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에이미는 그때 몇 가지 아이디어를 로런에게 말해주었고 대략적인 줄거리를 구상하던 참이었다. BBC에서 제작한 드라마 〈셜록〉처럼 에이미는 시즌별로 에피소드 개수를 정해놓는 대신 90분 정도 길이의 단편영화 네 편으로 구성된 시리즈를 생각하고 있었다.
드라마 제작이 시작되자 로런은 촬영 내내 감동에 젖어 어쩔 줄 몰랐다. 로렐라이의 집으로 돌아가자 지나치게 압도된 나머지 몸이 조금 떨렸기 때문이다. 그가 〈길모어 걸스: 한 해의 스케치〉를 촬영하는 동안 기록한 일기, 사진, 발췌문을 포함한 이 책은 인생에서 다시 겪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기쁨을 또다시 느끼게 된 사람의 행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에이미가 드라마의 마지막 대사를 말해주었을 때 로런의 반응은 ‘흠’에 가까웠다. 곧바로 그 대사가 진짜냐고 물었다. 물론 훌륭한 대사고 〈길모어 걸스〉의 기존 플롯을 고려하면 완벽하게 이해되는 말이었다. 그러나 로런이 기대한 대사는 아니었다. 그의 생각에 그건…. “좀 열린 결말 아니에요?” 로런은 에이미에게 물었다. 에이미는 미소만 지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로런은 〈길모어 걸스〉를 마무리할 기회를 그토록 간절히 원했고 결국 매듭을 지을 수 있었으니 만족했다. 그러나 어쩌면 드라마의 열린 결말처럼 또다른 일이 그의 인생에 찾아올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기에 삶은 수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로런은 언제라도 기분 좋게 그 일이 자신을 이끄는 곳으로 따라갈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