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 사유의 핵심 주제들로 이해하는 푸코
책의 본문은 모두 11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은 푸코의 생애와 그의 작업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전기 성격의 글이다. 놀라운 학문적 성공과 동성애자로서의 비극적 최후, 사회 정치 활동가로서의 모습까지,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푸코의 삶에 대한 하나의 결정적 이미지를 그려내기는 불가능하다.”) 푸코의 삶을 엿볼 수 있다. 푸코는 주목받지 못한 독특한 작가 레몽 루셀의 주변부성에 주목하여 학문적 관심 영역을 문학에서 정치로 확대해가기 시작한다. 2장에서는 ‘저자’와 ‘저자 기능’에 대한 푸코의 고찰을 보여준다. 특히 푸코는 저자가 언어와 관계를 맺는 방식에 관심을 보인다.
1960년대에 푸코가 전개한 ‘지식의 고고학’은 훨씬 더 역사적인, 또 하나의 방법을 제공했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지금 따라가고 있는 그의 사상은 일상생활의 하부구조로서의 언어에 관한 것이 아니다. 여기서 그가 매료되어 있는 것은 오히려 언어를 극도로 압박하고 역설적으로 언어를 그 한계까지 밀어붙여 결과적으로 침해와 위반의 경험을 낳는 글쓰기다. (37쪽)
3장에서는 푸코와 정치의 관계를 사르트르, 마르크스 등에 대한 당대 푸코의 사유의 궤적을 따르며 풀어가고, 4장과 5장에서는 각각 푸코 사상의 핵심이 되는 형식이자 방법론이라 할 ‘고고학’과 ‘계보학’을 푸코의 대표작들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푸코는 종종 철학자, 사회 이론가 또는 문화 비평가로 여겨지지만 사실 그의 책은 『광기의 역사』에서부터 『성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이 역사였다. 그래서 콜레주드프랑스가 그에게 직함을 무엇으로 할지 묻자 ‘사유 체계의 역사 교수’를 선택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역사적 작업을 사상사에서의 일반적 연구와는 상당히 다른 것으로 보았다. 그는 그것을 특징짓기 위해 차별화된 용어를 사용하는데, 처음에는 사유의 ‘고고학’, 나중에는 ‘계보학’이라 불렀다. (68쪽)
6장에서는 다양한 정체성을 견지한 ‘복면’ 철학자로서의 푸코에 대해 다루며 푸코와 바슐라르, 캉길렘, 하이데거의 등의 연결 고리 등에 설명한다. 7장과 8장에서는 역사가로서 푸코의 필생의 탐구 주제들이었던 광기와 범죄, 처벌 등을 다룬다. 9장과 10장에서는 푸코가 삶의 마지막까지 매달렸던 주제인 ‘성’을 근대와 고대로 나누어 살펴본다. 권력과 지식의 관계에 대한 논의, 권력 이론가로서의 푸코, 동성애, 성 현상의 역사 등이 다루어진다. 특히 ‘성’과 관련해서는 푸코의 유언에 따라 빛을 못했던 『성의 역사 4: 육욕의 고백』이 출간되고, 최근에는 우리말로도 번역됨으로써 ‘성’에 관한 푸코의 사유 속으로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끝으로 11장에서는 푸코 사후 간행물들에 대한 소개, 푸코의 후기 작업, 그것과 초기 작업의 관계에 대해 설명한다.
한국어판만의 풍부한 푸코 관련 자료
푸코 입문서로서 첫단추 시리즈 『푸코』의 또 다른 장점은 책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어판 기준으로 작성, 정리된 옮긴이 주석과, 원서에는 포함되지 않은 방대하게 소개되는 푸코 관련 문헌과 참고 자료다. 예를 들면 우리말로 번역된 푸코의 주요 저서, 콜레주드프랑스 강의록, 미공개 선집, 수많은 논고 목록, 강의, 인터뷰 등과 전기, 사유의 전부, 혹은 일부를 다룬 저서, 나아가 푸코와 푸코의 저서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영화들까지 소개한다. 이는 모두 옮긴이가 들인 공력의 결과로 푸코라는 불세출의 철학자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과 푸코 연구자들에게 더없이 유용하고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푸코가 자신이 하는 작업의 ‘쓸모’에 대해 발언한 내용을 소개한다.
“나는 내 책들이 연장통과 같은 것이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찾기 위해 그 연장통을 뒤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내가 글을 쓰는 것은 청중들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사용자들을 위해 쓰는 것입니다. 독자들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2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