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로는 자신이 쓴 바를 편지 형태로 로마에 보냈다.
이것이 훗날 서구 역사에 가장 영향력 있는 문서 중 하나가 되는 ‘로마서’다.
그리스도교 신학을 다시 기술하려 했던 여러 주요 작업은 바오로 서간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5세기의 아우구스티누스가 그러했고, 16세기의 마르틴 루터가 그러했으며, 20세기의 칼 바르트도 그러했다. 바오로 자신이 훌륭한 논객이었기 때문에, 그의 편지들은 그리스도교의 다른 형태들을 공격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바오로는 논쟁이 된 주제들과 관련해 다른 그리스도교 지도자들에 맞서는 자신의 논지와 함께, 유다인과 그리스인 모두를 향한 하느님의 의지가 담긴 거룩한 계획과 그 계획 안에서 자신이 해낼 역할을 자세히 기록해 이를 편지 형태로 로마에 보냈는데, 이것이 훗날 서구 역사에 가장 영향력 있는 문서 중 하나가 되는 ‘로마서’다. 이 편지를 통해 먼저 바오로가 자기 자신을 누구라고 생각했는지 알 수 있는데, 이는 바오로의 편지들을 둘러싼 수많은 논쟁을 이해하는 데 절대적으로 중요한 사안이며, 그의 신학을 이해하고자 할 때 가장 손쉽게 들어설 수 있는 입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한 관점을 옹호하려 여러 주장을 제시하곤 하지만, 실제로 그 입장에 이른 경위는 제시한 주장들과 다른 경우가 종종 있는 법이므로, 바오로의 주장들과 그 근거 텍스트들을 살펴보는 동안에도 바오로가 그것들을 주장하는 진짜 이유들이 무엇인지 결론 내리기 전에 먼저 그의 주장들을 전부 분석해보고, 다음으로 바오로가 행위에 관한 의문들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더욱 자세하게 검토해봄으로써, 그가 어떻게 율법을 옹호하면서 동시에 그리스도인들은 그 아래에 놓여 있지 않다는 주장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바오로 자신과 그가 교회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에 대해서도 평가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바오로는 편지를 썼으며, 또한 다행히도 누군가 그의 편지들을 모아서 편집하고 출판했다. 이 편지들을 통해 뛰어났던 한 인물의 말이 여전히 전해진다. 이 편지들 속에서 우리는 섬광과 화염, 열정과 활력, 재치와 매력, 긍지와 겸손, 엄청난 자신감, 공포와 전율로 가득찬 남자, 바오로를 만나게 된다. (32쪽)
※ 이 책은 2016년 뿌리와이파리에서 출간한 ‘그리스도교를 만든 3인의 사상가’ 『사도 바오로 -그리스도교의 설계자』로 일부 오류를 수정하여 재출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