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가 가장 영향력 있는 개혁가가 된 이유는 그가 사형을 피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수도자이면서 이제 수도자가 아니라고?
로마가톨릭교회의 수도자였던 마르틴 루터는 당시 교회의 문제점들을 공개적으로 질의함으로써 종교개혁의 불꽃을 터뜨렸고 그리스도교 역사뿐 아니라 서구 역사의 한 분기점을 이루었다. 그러한 엄청난 역사적 사건을 촉발한 인물이긴 하지만, 실은 그가 신앙의 자유라는 서구 전통을 확립시킨 것도 아니고, 근대적 개념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교황과 황제에 맞서 저항을 시작한 것도 아니며, 그가 의도적으로 논쟁의 장에 돌진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종교개혁의 성공이 전부 루터에게서 직접적으로 비롯하지는 않았어도, 루터 없이도 광범위한 개혁이 일어났을 거라고 말하기는 어려우며, 반면에 종교개혁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루터는 이 ‘첫 단추’ 시리즈에 등장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종교개혁은 루터의 상상을 뛰어넘는 혁명이었고, 선대 개혁자들이 의도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나아간 결과들을 근대 사회에 남겼다.
루터는 여러 가지로 모순된 인물처럼 보이는 일화도 많이 남겼다. 수도자였다가 결혼을 했고, 폭력 사용에 반대했다가 용인을 하고, 농민들 편에 섰다가 영주들 편을 들었으며, 고결한 신앙생활을 강조하면서도 자신의 적수들에게는 거친 욕설을 퍼붓는 등, 루터의 이러한 모순은 종교개혁에도 그대로 반영되었고, 종교개혁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이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루터 자신이 복잡한 인물이었으며 그가 살았던 시대 또한 종잡을 수 없는 격변의 시기였다. 그런 모순들을 넘어서 오늘날 루터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의미는, 진정한 종교란 어떠해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일 것이다.
루터의 유산 중 가장 훌륭한 부분은 근본주의를 멀리한 것과, 종교란 다만 신들을 달래어 그들의 호의를 얻는 수단이 아니라 이 세상과 세상에 필요한 것들을 이기적인 욕망들보다 우위에 둘 것을 항시 상기시켜주는 것이라 주장한 점이다. (200쪽-201쪽)
※ 이 책은 2016년 뿌리와이파리에서 출간한 ‘그리스도교를 만든 3인의 사상가’ 『마르틴 루터 -그리스도교 개혁의 기수』로 일부 오류를 수정하여 재출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