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문해력이
아이의 삶에 미치는 영향
“기껏 논술학원 보냈더니 독후감 쓴 것을 보면 한숨이 나와요….” 엄마의 기대가 큰 것일까, 아이 교육이 부족한 탓일까.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친자 확인’의 과정을 피할 수 없다. 다른 집 아이가 뒤처지는 것은 그럴 수 있지만 내 아이가 뒤처지는 것 같다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기다려 주는 것이 미덕임을 알지만 비싼 돈을 들여 아이를 학원에 보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물을 가져온다면 한숨이 절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문해력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하면서 시장에는 문해력과 관련된 문제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엄마들은 아이에게 이러한 문제집을 사서 풀게 하고, 책장에는 세계 명작선과 권장도서 수백 권을 주문해 꽂아 둔다. 그러나 과목당 몇십만 원이 넘어가는 학원비가 부담으로 다가오는 순간,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것이 다름 아닌 ‘논술 학원’과 ‘독서 학습’ 같은 국어 교육라는 것이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국어 교육은 영어와 수학과 견줄 만큼 중요하다. 문해력이 뒷밤침되지 않은 상태라면 어떤 학습이라도 효율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지식을 흡수하는 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입 수능 영어 지문은 철학, 문학, 과학 등 주제가 다양한데 이는 미국의 대학생 1학년 수준의 문해력을 갖추어야 읽을 수 있다. 수학이나 과학 등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로 문제를 풀기 위해서 정해진 시간 안에 출제 의도와 조건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읽고 해석하는 능력에 구멍이 나면 공부의 가성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문해력은 시험, 수행평가, 궁극적으로는 아이의 사회생활을 비롯한 인생 전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친자 확인’의 시행착오를 지나
알짜배기 ‘엄마표 교육’으로
이렇게 중요한 문해력은 어떻게 길러 줄 수 있을까? 문제집과 논술학원은 책 한 권을 충분히 장악하여 읽는 능력을 기르기에는 구멍이 많다. 내 아이가 이해하지 못해도 진도는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책 읽기의 즐거움을 잃어버릴 수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엄마표 독서교육’이다. 독서교육은 다른 과목에 비해 엄마표로 진행할 때 얻는 장점이 압도적으로 많다. 독서는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고 정답을 맞혀야 하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국어 교사인 저자도 처음에는 첫째 아이를 독서학원에 보내려 했다. 이미 주변에 많은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원의 독서 목록의 책들이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지 않고, 아이의 흥미와 수준을 반영하지 못한 점을 고려하여 엄마표 독서교육을 결심한다. 결국 고등학교에서도 통하게 될 쓰기와 읽기 능력을 길러 주기 위해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질문하고, 답을 찾는 연습을 시킨 셈이다.
다만 가정에서 아이와 단 둘이 교육을 진행하게 되면 아이와 부모 사이에 소위 ‘친자 확인’이라고 하는 갈등의 과정이 있을 수 있고, 학원처럼 정해진 틀이 없어서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그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저자는 아이의 친구들을 모아 ‘초등 가정독서동아리’를 만들었다. 현직 교사이자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누구나 선생님이 될 수 있는 알짜배기 엄마표 교육법을 연구한 것이다. 이 가정독서동아리는 국어 선생님이 아니어도, 독서지도자격증이 없어도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행된다. 준비물은 엄마표 독서교육을 시작하려는 의지, 아이들의 생각이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책상 앞 공간이면 충분하다.
가정독서동아리 5단계 활동은 초등 아이들의 눈높이에 딱 알맞게 맞추어져 있다. 독서 활동지는 온라인 서점과 각종 교육 학습 블로그, 또는 저자가 직접 만든 것을 무료로 받아 활용하면 된다. 활동에 필요한 자잘한 준비물과 간식은 동아리에 참여하는 모든 가정이 함께 부담한다. 활동의 난이도를 초급-중급-심화 단계별로 나누었기 때문에 아이마다 수준이 달라도, 가정마다 여건이 달라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문해력 뛰어난 아이는
가정독서동아리에서 읽습니다.”
가정독서동아리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친 아이는 새로운 지식을 마주할 때마다 스펀지처럼 빨아들일 수 있는 아이, 자신의 세계를 넓혀 가며 읽는 아이, 더 나아가 책을 평생의 동반자로 삼을 수 있는 아이로 자란다. 특히 초등 문해력은 혼자 읽을 때보다 엄마와 함께 읽을 때, 엄마와만 읽을 때보다 친구들과 함께 읽을 때 무럭무럭 자란다. 그래서 가정독서동아리를 경험한 아이는 혼자 읽을 땐 얻을 수 없는 ‘함께 읽기의 힘’을 발견한다. 나와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하고, 다양한 분야로 관심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을 일찍 경험한 덕분이다.
엄마는 가정독서동아리를 통해 아이와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져 내 아이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된다.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하는 아이의 학교생활부터 아이가 평소 마음속으로만 가지고 있던 생각을 보고 들을 수 있다. 또한 아이의 학습 수준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으므로 부족한 부분을 바로바로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학원에 보내면 알 수 없었던 아이의 진짜 실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문해력은 학원에 다닌다고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 짧고 굵게 키울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다. 문법과 단어의 뜻을 암기하고 연속성 없는 토막글을 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책의 내용을 깊이 이해하고, 하나의 이야기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가정독서동아리 활동을 시작한다면 내 아이의 평생 무기가 될 의사소통능력, 문제해결능력, 그리고 문해력까지 단단하게 세워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