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작은 집 하나 지으면 좋겠어요.
나지막한 담장 둘러
아이들이 까치발 서지 않아도
뜰 안이, 울안이 훤히 보이는 집에
채송화 봉숭아 분꽃 피면
벌 나비와 노닐고 싶어요.
하지만 이만해도 좋아요.
월봉산 산새들 놀러와 노래하고
지난봄엔 직박구리가 날아와
앞 베란다 나뭇가지에서 알 낳아
스무 날 넘게 품고 있다가
대가족이 되어 떠났으니 고향을 안아 온 것 같은 행복이었어요.
그뿐인가요. 옆으로 흐르는 불당천엔 송사리가 헤엄쳐요.
천방지축 잉어도 뛰놀아요.
여기가 거기예요.
-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