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에서 탄생한 도시에서
포스트 사회주의 상징으로 변화한, 얼룩덜룩한 대도시 상하이
이 책은 중국을 대표하는 대도시 상하이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제국주의가 낳은 괴물’이라는 설명처럼 근대 도시화가 이루어진 상하이가 어떻게 ‘포스트 사회주의 중국의 미학 상징’으로 바뀌었는지를, 다양한 장소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보여 준다.
2017년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정부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신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선포했다. 시진핑이 말하는 신시대는 모든 인민이 겪는 물질적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된 상태, 즉 ‘소강사회(小康社會)’를 일컫는다. 또한 신시대와 함께 시진핑이 제시한 ‘중국몽(中國夢)’은 현실을 떠난 시공간을 의미하고, 미래성을 띠는 듯하지만, 현실에서 경험하는 또 다른 차원의 현재성 속에 있다. 따라서 신시대라는 시간 설정은 소강사회라는 현재성과 중국몽이라는 비현실성을 연결하는 ‘현재이면서 비현실적 상황’이라는 특별한 시간 개념으로,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고 현재와 미래가 경계 없이 섞이게 만든다. 이러한 이중적 시간 층위는 ‘과거-현재-미래’와 같은 직선적 시간 개념이 아닌 과거와 미래가 현재와 함께함으로써 시간대가 경계 없이 한 덩어리처럼 여겨지는 완전히 새로운 시간 개념이다.
이 특별한 시간 개념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경제적 부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국가 신자유주의’라는 방식을 취한다. 즉 사회주의를 공식적으로 버리지 않은 채, 자본주의를 그대로 허용함으로써 ‘얼룩덜룩한 자본주의’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신시대의 소강사회와 중국몽,
현재이면서 비현실적인 시공간
국가 신자유주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이후 중국의 대도시들은 새롭게 변모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변화는 먼저 상하이와 다른 지역들을 연결하거나 혹은 상하이 내 새로운 교통 시스템을 위한 물리적 기반 시설들을 개조하는 국가 프로젝트로 나타났지만, 결론적으로 자본주의 소비문화라는 새로운 형태들로 감지되었다. 신중국 시기에 거부되었던 소비문화가 포스트 사회주의 시기로 접어들면서 긍정적 이미지로 바뀐 것이다. 여기서 생산의 지점이 소비의 지점으로 바뀌는 극적인 공간 전회를 이루게 되고, 이로써 상하이라는 도시만의 독특한 소비문화가 만들어졌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부터 2000년 국가 신자유주의를 도입할 때까지 상하이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생산과 소비 공간들이 분할되고 재조직되었다. 여기서 상하이의 ‘감성 공간’들이 생겨났다.
또한 상하이는 중국의 어떤 도시보다 새로운 컨템퍼러리 공간 전회를 통해 중국 인민들의 삶을 바꿔 놓았다. 처음부터 상하이가 중국 정부의 직접적 계획 아래서 감성 공간들을 만들어 나간 것은 아니다. 이러한 변화는 순전히 상하이 바깥에서 침입해 들어온 해외 자본주의자들의 자본 이득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중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이러한 개인적·자본주의적 이득을 그대로 국가 이득으로 흡수하여 더 계획적으로 감성 공간들을 조직하고 활성화했다. 이제 남은 것은 중국 국가 자본주의하에서 상하이라는 도시가 창출할 경제적 이득과 문화적 감성 공간들의 성공적 결합이다. 중국식으로 표현하자면 중국의 꿈은 바로 이곳에서 달성된다. 미국을 향해 ‘아메리카 드림’을 안고 떠났던 중국 인민은 이제 상하이에서 ‘차이나 드림’을 완성하게 된다.
상하이는 신시대와 국가 신자유주의라는 특별한 포스트 사회주의 방향성을 바탕으로 국가가 주도하여 문화 산업 시스템을 구축한 곳이고, 미래가 현재에 실현되는 제1의 장소다. 또한 상하이는 ‘민족 부흥의 큰 꿈을 실현’하는 구체적 도시가 될 것이다. 19세기 제국주의가 낳은 20세기의 괴물이 과연 21세기 미래 시간에서 또 다른 미학 기준이 될 수 있을지 기대는 여전하다. 물론 21세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상하이는 중국이 21세기라는 시간을 열고 나아갈 디딤돌이다. 그리고 이 시간을 새롭게 조직하려는 포스트 사회주의 중국이 공간 전회를 이룰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