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마음-손’ 으로 이어지는 창의적인 ‘포토아이’
사진은 ‘눈-마음-손’의 과정을 거친다. 그 출발은 뭔가를 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선택적으로, 집중하며, 깊이 있게 대상을 관찰한다. 시각 뿐 아니라 오감을 동원해서 본다.
유인걸 작가는 독창적인 심미안을 가졌다. 아무도 관심조차 주지 않는 보잘것없는 대상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사진을 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무릎을 치며, 배시시 웃게 만드는 창의적인 ‘포토아이(photo-eye)’가 있다.
반가사유상이 전하는 ‘울림’을 사진으로 표현하기 위해 수 십 차례 국립박물관을 찾고, 철불과 석불에 담긴 정신을 형상화하기 위해 천리길도 마다하지 않는다. 구도의 길을 떠나듯 오지여행을 고집한다.
예리하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때묻지 않은 순수를 카메라에 담는다. 예술은 자기를 찾고, 드러내는 과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상과 교감하는 마음이다.
꽃으로 만든 아내 방 〈꽃 커튼〉에는 반려자인 아내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느껴진다. 호를 지어주고 무궁화를 연구한 아버님에 대한 존경과 자부심이 진하게 느껴진다.
〈설국〉에서는 나이를 듦에 대한 실재를 솔직하게 얘기한다. 폭설에 발이 묶여 병원 갈 길이 막막한데 그 속에서 예술 하나를 건져 올린다. 무지개 사진은 느림의 미학이 느껴진다. 느리다는 것은 천천히 깊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신격호의 무덤〉과 〈노인은 없다〉 같은 사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잘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노인성 난청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여행지의 낯선 풍경이나 일상의 작은 사물 하나에서도 이야기와 역사와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시대 어른으로 쓴소리도 가감 없이 한다. 그런데 그 쓴소리가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통쾌하다.
‘서여기인(書如其人)’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진과 글에 사람이 있다. 그의 사진에는 인문학적 소양과 독서를 통해 배어 나오는 문자향이 느껴진다. 피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는다.
젊고 세련된 감성으로 눈에 보이는 세계를 편집해 보이지 않는 기운을 드러낸다. 맑고, 순수하며, 애정이 가득한 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