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필 (문학평론가)
그는 어느 한 인터뷰에서 자신을 ‘코미디 작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범위를 좁히자면 ‘블랙코미디’라고 말이다. “잔혹함, 부조리, 자학, 절망, 죽음 같은 어두운 소재 및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소재를 과장하거나, 익살스럽게 풍자하는 유머를” 즐긴다는 것이다. 이런 부류의 소설가는 매사 진지하지 않아서 현실을 더 자세히 볼 수 있고, 이 방식이 그의 진지함이기도 하다. 이처럼 그의 첫 번째 장편 작업 또한 가해자와 피해자가 등장하는 어두운 소재를 통해 이 사회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거짓된 소문으로 무엇인가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 자신의 추한 표정을 숨기기 위해 남몰래 소문을 키워나가는 잔인한 사람들, 거짓된 담론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 그런 언어와 신념과 표정을 아무런 의심 없이 맹목적으로 믿는 어리석은 독자들이, 이 소설을 보며 무슨 상상을 펼치게 될까. 그 지점이 경각심이자 부끄러움이라면 이 이야기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