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알고 바로 들어보는 40가지 주제로 읽는 국악 인문학!”
이 책의 저자가 국악을 전공한 것은 우연이었다. 도시락을 매일 싸고 싶지 않다는 어머니의 회유로 급식을 주는 국악중학교에 입학한 것이 계기가 되어, 30년 이상 국악에 몸담게 되었다. 단소의 소리가 잘 나는 자세를 발견하면 입을 떼지 않고 1시간을 버티며 연습하던 초등학생은 서울대 국악과로 진학해 배우고, 국립국악고 교사를 거쳐 경인교육대학 교수가 되었다. 저자는 그 긴 시간 동안 국악을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에서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깨달은 내용을 이 책에 모두 담았다고 한다. 그것은 ‘쉬운 국악’이다.
저자는 이야기와 설명만이 아닌 독자가 직접 듣고 감상할 수 있도록 본문에 큐알코드를 삽입하였다. 설명과 함께 해당 곡을 듣다 보면 어느새 국악의 전반을 꿰뚫으며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 『처음 만나는 국악 수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국악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다.
국악에 대한 일반의 관념을 염두에 두고 많은 이가 잘못 알고 있는 내용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서양음악은 그 빠르기가 맥박이 기준이지만 국악은 호흡이 기준이다. 그래서 곡에 따라 느리고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서양음악 못지않게 빠르고 격렬한 신명난 음악들이 있음을 여러 예시 곡으로 설명해준다. 또한 국악의 기보법은 세종대왕이 창안하였으며, 세종대왕 스스로 〈여민락〉, 〈보태평〉, 〈정대업〉 등의 뛰어난 곡을 만들었다. 조선시대 전부터 이어져오던 국악은 세종대왕 때부터 기록이 가능한 음악이 되었고, 현재는 오선보에 기보해 만드는 창작국악으로 이어졌다. 국악이 서양음악과 다르지 않게 악보에 적어 다양한 연구와 시도를 해오고 있는 오늘의 음악이라는 점을 저자는 설명한다. 또한 전통 한복만이 아닌 다양한 복장으로 공연을 선보이는 국악의 사례를 설명하며 공연과 대중음악으로서 국악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준다.
2부는 ‘이 정도만 알아도 국악 마스터’이다. 국악과 관련한 다양한 상식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담았다. 1980년대부터 활발히 시작된 창작국악은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지하철 음악 〈풍년〉, 2002 부산아시안게임 공식 주제곡인 양반언의 〈프론티어〉 등 현대음악이자 대중음악으로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을 여러 예시를 들며 설명한다. 우리가 느리다고 알고 있는 전통적인 정악마저 BTS의 슈가가 자신의 곡에 〈대취타〉를 삽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와 달리 민속악은 서민을 중심으로 생성되고 향유된 음악이다. ‘판소리’가 대표적이다.
저자는 국악에 쓰이는 대부분의 악기를 소개하며 그 쓰임과 특징, 역사까지 상세히 설명해준다. 모양이 비슷하지만 저마다의 특징을 갖춘 우리 국악기를 사진과 함께 설명하고 있어 정리가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악보와 그 기원을 설명하며, 국악 발전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준다. 특히 절대 음감의 소유자이자 중국의 음악을 우리 고유의 향악으로 집대성한 ‘음악 천재’ 세종대왕의 업적도 자세히 소개한다. 그림을 통해서도 국악을 알 수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 속에 남은 생생한 국악의 현장을 설명하며, 궁중에서 기록으로 남긴 그림을 통해 사료 속 국악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국악을 다룬 〈서편제〉, 〈춘향뎐〉, 〈도리화가〉 등 한국 영화의 걸작들을 통해 국악의 고증과 현대적 가치를 재조명해본다.
3부는 ‘국악곡에 숨은 비밀’이다. 다양한 국악곡 또는 국악 장르를 살펴보며 각각이 가지고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준다. 원래 12마당이었던 판소리에서 7마당이 사라진 이유, 〈아리랑〉의 유래와 지역별 차이, 탄생한 지 수십 년밖에 되지 않은 사물놀이가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이유,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종묘제례악〉의 비밀, 피아노 연습곡 〈바이엘〉에 해당하는 〈도드리〉가 국악에 있다는 점, 재즈와 일맥상통하는 시나위의 자유분방함 등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국악 이야기를 다양한 분야에 걸쳐 들려준다.
4부는 ‘알면 더 좋은 국악에 대한 몇 가지 지식’이다. 저자가 직접 500명 대상으로 국악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고, 국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및 개선점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또한 국악 초심자들이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상세한 플레이리스트를 담고 있어, 이 자체만으로도 책의 가치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