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씨앗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찾는 여정
이 책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멋진 숲의 광경으로 시작합니다. 실제로 작가는 ‘숲이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물음에서 이야기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힙니다. 숲을 이루고 있는 것은 다양한 나무들입니다. 땅속 깊이 단단히 뿌리 박은 아름드리나무들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커다란 나무도 오래전에는 여린 가지를 뻗치기 시작한 작고 어린 나무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린나무는 한때 파릇파릇 움트기 시작한 새싹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새싹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새싹은 씨앗에서 나왔습니다.
이렇게 작가는 숲에서 씨앗으로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 멋지고 아름다운 존재의 시작이 작은 씨앗이라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작가가 주목한 것은 세상에 다양한 씨앗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생김새만 다른 것이 아닙니다. 씨앗이 좋아하는 것, 싹이 틀 수 있는 환경과 조건도 저마다 다릅니다. 멀리까지 여행을 떠나는 씨앗, 헤엄치기 좋아하는 씨앗이 있는가 하면, 땅속에 몇백 년이고 잠을 자는 씨앗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른 씨앗들이니 싹이 터 자라는 모습도 제각각 다릅니다.
다 자란 나무들은 숲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달콤한 과일을 선물하는 나무가 있고, 동물들에게 집이나 쉼터, 놀이터가 되어 주는 나무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숲에는 나무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꽃이나 작은 곤충들까지 저마다 숲에 사는 이유와 역할이 있습니다.
작가는 독자들에게 우리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마다 다른 모습의 씨앗으로 이 세상에 온 우리들은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다릅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싹트고 자라 인간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지요. 이제 막 싹이 트기 시작한 씨앗과도 같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작가는 말합니다. “자라는 동안 다른 나무와 비교하지 말아요.” 이다음에 어떤 나무가 될지 알 수 없는, 측정할 수 없는 무한한 가능성을 스스로 믿고 힘차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책 맨 뒤에는 ‘진짜 씨앗들의 이야기’가 부록으로 실려 있습니다. 책 속에서 귀여운 캐릭터로 표현된 겨우살이, 아라홍련, 모감주나무, 문주란 씨앗의 흥미로운 생태 정보입니다. 식물에 대한 정보가 씨앗 이야기를 읽는 재미를 더해 줍니다.
작은 씨앗들에게 보내는 커다란 응원
종종 작가는 《평범한 식빵》 《울퉁불퉁 크루아상》 《하늘 높이 핫케이크》 등 ‘빵’ 시리즈를 통해 ‘나다움’의 즐거운 통찰을 보여 주었습니다. 주변의 멋지고 잘난 이들과 비교하며 주눅 들기보다 자기 자신의 존재 이유와 진정한 멋짐을 찾는 주인공의 여정은 작가가 일관되게 보여 주고 있는 독특한 주제의식입니다. 큰 인기를 모은 전작 《어떤 구름》에서도 이와 같은 주제가 귀여운 구름 캐릭터를 통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모두 다 씨앗》은 작가의 메시지를 보다 직접적으로 담은 그림책입니다. 다양한 생김새의 씨앗들이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싹을 틔우고 커다란 나무가 되는 모습, 마치 씨앗처럼 표현한 다양한 생김새의 아기들,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세상 속 사람들의 장면에는 ‘모두가 나답게 살아가자’는 작가의 전언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다양한 잠재력을 지닌 어린이들뿐만 아나라 한때 작은 씨앗이었던, 어쩌면 아직 제대로 열매 맺지 못한 가지를 세상 속으로 뻗고 있는 어른들에게도 힘찬 응원을 보내는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