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란한 상황마다 달려나갈 것인가,
한 발짝 떨어져 아이의 도전을 지켜볼 것인가.
지금 이 결정은 엄마의 삶은 물론, 아이의 삶 전체를 결정할 것이다.
“친구가 우리 아이한테 욕을 했다는데 너무 화나요!”
“우리 애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선생님이 소리를 지르고 화를 냈대요!”
“다른 애들 다 선행 시작했대요. 우리 아이도 당연히 해야겠죠?”
아이의 친구관계, 학교생활, 학업 등으로 엄마들의 고민거리는 넘쳐난다. 이런 류의 고민상담은 동네 맘카페에 단골로 올라오는 글이다. 그러면 해결책을 알려주겠다는 댓글부터 같은 일을 당해서 너무 힘들었다는 공감 댓글이 달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교육 이슈들과 맞물려 ‘자기 아이만 귀한 줄 아냐’, ‘너무 예민하다’, ‘별난 엄마다’라는 평가가 따라붙으면서 이 시대 애 엄마들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예민함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저자는 이런 안타까운 세태를 꼽으며 왜 엄마들이 이렇게 예민하고 불안해졌는지를 짚었다. 출산율 0.68%의 저출산 시대에 엄마로 살기를 결심하고 기꺼이 낳아 기르는 수고를 감당하는 용감한 여성들이 어쩌다 이렇게 매일 불안해하고 점점 더 예민해지는 걸까?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서는 제법 단단하고 성숙하고 담대했던 여성이 엄마가 되고부터는 왜 이렇게 작은 일에도 전전긍긍하게 되는 걸까? 오랜 시간 정리하고 짚어본 저자는 그 이유를 엄마들이 아이와의 적절한 거리 두기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교육의 형태가 바뀌면서 엄마가 챙겨야 할 것이 산더미처럼 늘어났다. 그러나 숨차도록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 엄마의 역할은 밥을 지어 먹이고, 문제집을 채점해주고, 학원 설명회를 다니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저자는 어떻게 해야 엄마와 아이 모두 불안에서 벗어나 성숙한 성장의 길로 갈 수 있는지 ‘엄마의 역할’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너의 성공이 나의 성공이 되고,
너의 실패가 나의 실패가 되지 않도록”
엄마 이은경이 눈물로 써 내려간 192개월의 흔적들
이은경쌤은 어떤 엄마일까? 초등교사 출신에 교육강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교육전문가라면 어떻게 아이를 키울지 궁금하다. 요즘 가장 핫한 교육전문가답게 라디오, 토크콘서트에도 출연하고 마라톤으로 건강 관리까지 한다니 세상 우아해 보인다. 두 아이가 벌써 고등학생과 중학생이라니 선배엄마다운 여유까지 장착한 듯하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인스타그램을 통해 밀착 공개한 저자의 일상은 우리가 깜짝 놀랄 정도로 솔직하고 적나라해서 엄마들의 뜨거운 공감을 끌어냈다. 수많은 엄마들이 이 책을 기다려온 이유다.
저자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엄마 교육열 끓게 만드는 공부 잘하는 고딩 첫째와 계속 치료를 해야 하는 장애를 가진 중딩 둘째다. 이 책은 저자가 두 아이를 키우며 겪었던 가장 고민하고 힘들었던 지점들을 써 내려갔다는 점에서 기존 책들과 차별점을 갖는다. 중학생 둘째 아이가 혼자서 교외 학습활동 장소를 찾아가는 동안 벙거지에 선글라스를 쓰고 아이 뒤를 밟으며 무사히 도착했는지 확인하는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벌써 가슴이 뭉클해진다. 저자와 같은 상황이 아니라도 엄마라면 아이가 혼자서 세상에 발을 딛는 매 순간 불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왜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가지 않았는지, 왜 수업에 빠지고 집에 있게 하지 않았는지를 알게 되면 ‘다정한 관찰자’가 진정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된다.
엄마 이은경은 바쁘다. 학생회장인 아들 덕에 재킷을 입고 운영위원회에 참석한다. 그러다 둘째의 긴급한 호출을 받고 도움반 교실로 직행한다. 첫째의 학원을 알아보기 위해 대치동으로 향하는 전철에 오르지만, 가는 내내 둘째 아이의 언어 치료, 인지 치료 선생님과 통화한다. 하지만 ‘다정한 관찰자’인 저자는 아이를 돕는 일이 일상의 전부가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너의 성공이 나의 성공이 되고, 너의 실패가 나의 실패가 되지 않도록’, 아이가 자신의 목표를 향해 힘들게 보낼 그 시간 동안 엄마는 엄마의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이 책은 저자의 일상 에피소드를 담은 에세이이면서 동시에 엄마의 역할과 태도에 관한 교육서다.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당연시하는 지금의 이 무수한 노력이, 그래서 결국 아이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어른이지만 어른으로 살지 못하게 만드는 거라면, 엄마인 우리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고 성실한 태도가 교육이 되면, 엄마와 아이의 삶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엄마를 엄마답게 살 수 있게 지켜봐준 두 아이 역시 ‘다정한 관찰자’였음이 드러나는 순간 이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에 큰 감동을 받게 된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모두 누군가의 다정한 시선 속에서 성장했다. 이제 엄마인 내가 다정한 관찰자가 되어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