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의 말
소파 방정환 선생님은 〈어린이 찬미〉에서 잠자는 어린이 얼굴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고운 나비의 날개… 비단결 같은 꽃잎, 아니 아니 이 세상에 곱고 보드랍다는 아무
것으로도 형용할 수 없이 보드랍고 고운 이 잠든 얼굴을 보라. 우리가 전부터 생각해 오던 하늘님 얼굴을 여기서 발견하게 된다… 거짓을 모르고 꾸밈을 모르는, 모든 사물과 동물, 자연의 모든 것을 좋아하고 태양과 함께 춤추며 사는 이가 어린이다. 모든 것이 기쁨이요, 모든 것이 사랑이다.”
어른이 되어 아이들을 위한 시를 쓴다는 건, 쓸 수 있다는 건, 아직도 그런 동심의
세계를 마음에 지니고 살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달리 말하자면, 어린이다운 어른,
문세돌 선생님의 시 세계가 이슬같이 영롱하고 순수하다는 것이다.
문영훈
Les mots du traducteur
BANG Jeong Hwan* d?crit dans son essai ?loge des enfants, le visage de l’enfant endormi: “Les ailes du papillon gracieux … les p?ales tendres
comme de la soie, non, non, regardez plut?t le visage endormi, tendre et
sublime, qui refuse toute description, m?me celle de jolie et douce. On
d?couvre ici le visage de Dieu que nous avons continu? ? deviner depuis
longtemps… L’enfant, c’est quelqu’un qui ignore le mensonge et l’affectation; il aime tout ce qui est: choses, animaux, nature, et aime danser avec le soleil. Tout est joie, tout est amour.”
?rire, pouvoir ?rire de la po?ie pour enfants, en tant qu’une grande
personne, sugg?re que l’on garde encore son coeur d’enfant. Autrement dit, la po?sie chez Moon Se Dol, adulte digne d’un enfant, t?oigne d’un monde pur et chatoyant comme la ros?e du matin.
MOUN Young Houn
* BANG Jeong Hwan (1899-1931)
Pr?curseur de la litt?rature et de l’enseignement pour enfants, il a consacr?
sa vie pour la cause de cette jeune g?n?ration. Et il se vouait ? d?fendre les
droits de l’enfant, et promouvoir l’esprit cr?teur de ce dernier. ?ucateur,
?crivain, po?te, il a cr?? pour la premi?re fois au monde la journ?e des
enfants - le 1er mai 1922 et il a proclam? les droits de l’enfant le 1er mai 1923.
〈아침 이슬 La ros?e du matin〉은 문삼석 시인의 순수하고 맑은 마음이 그대로 담긴 참 아름다운 시집입니다. 이 책은 이슬처럼 살고 싶은 시인의 꿈과 소망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자, 사랑과 온기가 가득한 세상으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문삼석 시인이 그리는 이슬의 세계는 누구를 미워하거나 속이는 일이 없고 슬픔과 고통이 사라지는 따뜻한 세상으로, 그곳에서는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며 오직 사랑으로 함께 살아갑니다.
*연작시- 이슬 12
어둡던
세상이
너로 하여
밝아지고,
비었던
세상이
너로 하여
채워지고.
짧지만 심오한 이 시는 삶을 변화시키는 사랑의 위대한 힘을 포착합니다. 어둠과 빛, 공허함과 충만함의 극명한 대비가 깊은 울림을 줍니다. 시인은 단 몇 줄의 짧은 문장으로 하나의 존재, 즉 ‘당신’이 어떻게 ‘세상’의 감정적 풍경을 완전히 바꾸어, 암울함을 밝음으로 공허함을 의미로 채울 수 있는지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연결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는 단순하면서도 생생한 단어를 통해 아름답게 표현됩니다. 인생의 가장 어둡고 공허한 순간에도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의 존재에는 빛과 충만함을 가져다주는 힘이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이 시의 강점은 독자들이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그 대상에 투사할 수 있도록 하는 간결함에 있습니다. 이는 인간 사이에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고, 사랑과 공생이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성찰하게 합니다. 우리의 삶을 밝게 하고 완성해 주는 사람을 소중히 여길 때, 그 하나의 관계가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세상을 밝히고, 빈 마음을 행복으로 채워주는 영롱한 이슬..... 이 시는 진주처럼 작은 이슬방울을 통해 순수한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대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연작시- 산골물 5
맑은 마음이
저절로
저절로
모입니다.
깊은 마음이
저절로
저절로
넘칩니다.
맑은 마음과 깊은 마음은 우리 내면에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단순함 속에서 감정이 명료하게 울려 퍼지는 이 시는, 독자들이 내면세계의 본질을 성찰하도록 유도합니다.
“저절로”의 반복적 표현은 인위적인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형성된 내면의 존재감을 드러내 보입니다. 맑고 깊은 마음이 저절로 모이는 것은 우리가 단지 개인의 경험만이 아니라 우리를 더 큰 진실과 연결하게 하는 보편적인 이해와 지혜, 평화에 더 가까워지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인자하면서도 심오한 마음은 모든 제약에서 벗어나, 세상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연민과 이해의 원천이 됩니다. 사려 깊은 반복, 간결한 문장 속에 함축적 의미를 담아내는 문삼석 시인의 시는 의식의 조용한 전개와 감정적 해방을 반영하는 리듬을 만들어내며, 고요한 아름다움과 인내로써 불안정한 내면세계를 포용합니다.
둘
나 하나는 외롭고
너 하나도 외롭지만
손잡으면 우린
따뜻한 둘.
외로운 나 하나가 외로운 너 하나와 만나 손잡으면 둘이 되어 더는 외롭지 않다고 시인은 말합니다. 이 얼마나 따뜻한 위로입니까? 심연의 고독에서 벗어나 너와 내가 손을 잡을 때 두 영혼이 하나가 되고 존재의 빛은 환하게 밝아질 것입니다. 시인은 외로움을 보편적인 경험, 즉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감정으로 인정합니다. 그리고 그 외로움은 손을 잡는 행위, 즉 친밀하고 자비로운 몸짓을 통해 따사롭게 변합니다. 우리가 함께할 때 가장 차가운 감정까지도 치유하고 서로에게 빛이 되어 줄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작은 연결 행위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며, 고립에 맞서기 위해 거창한 몸짓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한 번의 접촉이나 공유된 순간만으로도 외로움은 따뜻함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이 시의 단순함은 솔직하고 정직하며, 깊은 공감의 메시지를 반영합니다. 독자들이 인간 유대의 중요성에 대해 성찰하게 하며, 삶의 피할 수 없는 외로움 속에서도 너와 내가 하나가 되는 순간을 공유하게 합니다. 이 작품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한 결코, 진정 혼자가 아님을 조용히 말해줍니다.
그냥
엄만
내가 왜 좋아
그냥...
넌 왜
엄마가 좋아
그냥...
우리가 진짜 무엇을 좋아하면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좋아하게 됩니다. 하물며 엄마와 나 사이인데 무슨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냥 좋은 것이지요. 사랑하는 감정은 이유 없이 그저 좋아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사랑에 이유를 붙이려 하지만, 사랑은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순수한 감정입니다.
그게 나래
세상에서 가장 예쁜 꽃
둘도 없는 꽃
돌아서면 금세
또 보고 싶어지는 꽃
그게 나래 엄마는…
어머니의 무조건적 사랑이라는 렌즈를 통해 포착된 인간 본질의 독특한 아름다움, 가치, 대체 불가능성을 인식하게 하는 놀라운 작품입니다. 자기 가치에 대한 선언이자 부모와 자녀 사이의 깊은 유대감을 인정하는 이 시는 햇살처럼 따사롭게 스며들어 깊은 감동을 안겨 줍니다. 엄마에게 나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가장 예쁜 꽃입니다. 이 표현은 보편적이면서도 강력한 비유입니다. 시인은 자신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꽃에 비유함으로써 개인의 고유성 개념을 높이고, 모든 사람은 복제할 수 없는 유일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돌아서면 금세 또 보고 싶어지는 꽃’은 그리움과 사랑의 깊이를 더해줍니다. 시인과 어머니의 관계를 자석 같은 강력한 이끌림으로 표현합니다. 몇 번을 보아도 질리지 않는 꽃의 이미지는 어머니가 자녀에 대해 느끼는 끊임없는 감탄과 애정, 보면 볼수록 더욱더 그리워지고 시들지 않는 영원한 사랑을 의미합니다.
‘그게 나래, 엄마는…’이라는 마지막 시구는 어머니와 아이의 친밀한 관계를 은유에서 직접적인 표현으로 전환하여 작품에 진정성을 불어넣습니다.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 나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대체할 수 없는 존재로 본 어머니에 대한 인정입니다. 이 시를 훌륭하게 만든 것은 단순함과 보편적인 정서입니다. 개인적이고 공감되는 방식으로 자기 인식, 사랑, 감사 등 복합된 감정을 포착합니다. 생명, 아름다움, 연결을 의미하는 꽃의 이미지는 시의 진심 어린 메시지와 완벽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 시는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를 형성하는 사랑의 힘, 특히 부모의 한없는 사랑을 일깨워줍니다.
문삼석 시인의 시가 프랑스어로 읽힐 때 아름다운 것은 십여 년의 세월을 파리에서 공부하며 프랑스어로 시를 써 시집을 낸 문영훈 시인의 공이 크다 하겠습니다. 이슬처럼 영롱한 모국어의 시적 감성과 내재율을 프랑스어의 우아하고 섬세한 음률로 잘 살려냈습니다.
〈아침 이슬 〉은 시인이 그려낸 순수하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이 시집을 읽는 동안 우리는 이슬처럼 맑고 투명한 삶을 꿈꾸며, 사랑과 위로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게 되는 희망을 품습니다. 짧지만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기는 주옥같은 시를 통해 다시 한번 사랑과 인간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밤하늘에 총총히 빛나는 별들을 ‘하늘 밭에 뿌려진 꽃씨’라고 표현한 문삼석 시인의 풍부한 상상력과 뛰어난 창의력에 감탄하며, 하늘 아래 뿌려진 우리말의 꽃씨들이 자라 향기롭고 아름다운 한글 꽃밭이 되는 행복한 꿈을 꿉니다.
2024년 11월
고은별